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코인은 환상이다. 인가제 도입한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거래소가 난립해 투자자 보호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일본처럼 인가제 도입하는 게 타당하다."(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를 금융당국이 심사해 인가하는 '거래소 인가제' 도입을 두고 정부와 국회가 정반대 목소리를 내며 충돌했다. 가상통화공개(ICO) 전면 금지를 두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술 이해도가 낮은 일반인을 상대로 자금모집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국회와 업계는 과도한 규제라며 맞섰다. 정부와 국회가 각각 가상통화 규제 법안을 내놓은 가운데 향후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4일 개최한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용범 부위원장은 "코인은 발행 주체나 가치 보장이 전혀 안 된다"며 "금융위가 거래소를 인가하면 공신력을 부여해 투기를 부추길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아니라 거래행위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ICO에 대해선 "위험성을 고려하면 사모 영역에서 하는 게 맞다"며 "기술 이해도가 낮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ICO를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ICO는 새로 개발된 가상화폐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개념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코인원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한 시민이 시세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 안에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유사수신행위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로 명칭을 바꾸고 가상화폐 거래행위를 규제할 방침이다. 가상통화를 거래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못 박고, 소비자 보호 수단을 갖춘 거래소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다.

반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해 시장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가상화폐는 금융 영역이 아니라는 핑계로 투자자 보호에 손 놓고 있다"며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해 투자자 피해를 막는 게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만 130여개국 스타트업이 ICO를 통해 수십조원을 모았고, 이 돈을 인프라 구축 등 비즈니스에 사용했다"며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는 ICO를 증권법으로 규제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여한 학계·업계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내놨다.

이천표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ICO를 무조건 금지하는 게 최선이 아니다"라며 "ICO로 조달한 자금을 기술혁신이나 설비투자로 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과열이 우려된다면 건전성을 갖춘 시장으로 (당국이) 만들어달라"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상화폐를 투자상품이나 지급수단, 자금조달수단 중 어느 쪽으로 볼 것인지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며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규제 시각도 완전히 바뀐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통화는 현재 투자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도 "가상화폐는 지급수단이나 화폐가 될 수 없다"며 "투자상품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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