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1년째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모인 시민 120명이 지난 1년간의 촛불정국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1년째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난 1년간의 촛불정국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꼽아보는 자리가 열렸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기록기념위원회(기록위)'와 '국회시민정치포럼'을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 3로비에서 '촛불 1년 시민토론회'를 열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짚어봤다.

기록위는 토론회에 앞서 온라인을 통해 조사한 시민 의견을 공개했다. 기록위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시민 중 50%는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결의됐을 때를 '국민이 힘을 모으면 못 할 게 없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 간 것보다 더 기뻤다' 등 긍정적 기억으로 평가했다.

현 정부에게 요구하는 희망 개혁 분야로는 경제·노동 분야와 선거제도의 개혁, 적폐청산이 58%를 차지했다. 특히 20~60대가 일제히 공정한 경제활동과 노동권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이 개혁 1순위로 꼽은 분야는 △경제·노동(22%) △국회·선거제도 개혁(20%) △재벌과 잘못된 역사 등 적폐청산(16%) △직접 민주주의 구현(15%) 순으로 집계됐다. 이어 △검찰·경찰 등 국가권력의 개혁(9%) △불평등 해소(9%) △청소년 인권과 교육개혁(5%) △복지개혁(2%) △언론개혁(2%)이 뒤를 이었다.

이날 토론회를 찾은 시민 120여명은 국회 로비에 마련된 테이블에 4~6명씩 둘러앉아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9가지 개혁 분야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노동법의 문제를 이야기하던 정모씨(37)는 "우리나라 노동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멀쩡한 노동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사용자가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이나 추가수당을 어겨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 노동자에 대한 억압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이모양(19)은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를 개혁과제로 꼽았다. 이양은 "공직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관련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미만의 청소년은 정당 가입은 물론 선거운동조차 할 수 없다"면서 "선거권 연령을 만 16세로 낮춰 폭넓은 참정권을 청소년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청소년 이모양(16)도 이양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학생들도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지난 겨울 촛불집회에 참여했지만 집회가 끝나면 다시 미성숙한 존재로 대우받았다"며 "청소년 참정권이 보장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고위공무원이 부정하게 빼돌린 돈을 환수하자는 환수법,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요구 등 다양한 시민의견이 토론회에서 쏟아졌다. 한 여성 참여자는 "명절날 시댁만 가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한번 시댁에 갔으면 다음에는 처가를 가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를 진행한 기록위는 국회가 234대 56이라는 압도적인 표결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난해 12월 9일을 떠올리면서 "촛불광장의 힘으로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오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10월15일 독일의 공익·정치단체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인권상'을 수여했던 점을 회상하면서 "대한민국의 평화집회를 장시간 이어가며 권위주의에 대항하여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표현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논의된 의제들을 살폅면서 "시민들의 열정만큼 진도가 나가고 있지는 못하다"고 고백하면서 "적폐청산위원회와 국회 개헌특위에서 활동하면서 국민의 고민과 제안들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록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발의된 시민 의견을 취합한 뒤 의견서를 작성해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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