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인천 부평역 부근에서 김현석 부평역사박물관 학술조사전문위원이 '인천 강제동원 평화역사기행' 참가자들에게 '부평역 철도관사 터'를 설명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인천지역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흔적을 찾는 역사기행이 20일 부평역, 부평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인천 강제동원 평화역사기행'이란 이름의 이번 역사기행은 연수고 역사동아리와 청라고·부개고·인제고·인천기계공고 학생 30여명과 일반인 20여명이 참여했다.

해설사로 나선 김현석 부평역사박물관 학술조사전문위원은 "종군위안부나 강제징병은 많은 관심을 받는 반면 징용노동자는 그렇지 못하다"며 "조선 최대의 일제 군수공장이 있던 부평 조병창 부근에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흔적을 찾아보자"고 이번 역사기행 목적을 설명했다.

역사기행은 부평역남부역 인근 '부평역 철도관사 터'에서 시작됐다.

부평역 철도관사는 부평역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위해 만든 주거시설로 1940년 전후 만든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금의 부평남부역 앞에 16개동 32호가 있었지만 지금은 두 채가 남아 사람이 살고 있다.

건물 외관은 일부 수리해 예전과 다른 모습이었지만 내부는 일본식 주거형태가 보존돼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기행단은 다음 목적지로 부평북부역을 지나 부평미군기지 인근에 도착했다. 반환을 앞둔 부평미군기지는 옛 인천육군조병창(조병창) 자리다.

조병창은 소총·탄약·포탄 등을 만드는 곳으로 부평사편찬위원회가 발행한 부평사(富平史)에 따르면 1944년 연간 생산능력은 소형선박 250척, 무전기 200조, 소총 4000정, 포탄 3만발, 차량 200대에 달했다.

김현석 위원은 "일제는 성인 노동자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학생들을 조병창으로 끌고왔다. 한 학교 학생들이 통째로 끌려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렇게 끌려온 뒤 남학생들은 다시 학도병이 돼 전쟁터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미군기지와 굴포천을 사시에 두고 자리한 조병창 하청업체 '다다구미(多田組)'가 있던 곳도 찾았다.

이곳은 일제시대 노동자들이 모여들면서 마을이 만들어진 곳으로, 해방 이후 미군이 조병창을 접수해 캠프마켓(Camp Market)이 형성된 뒤부터는 기지촌으로 주거형태가 바뀌었다.

부평역을 다시 건너 미쯔비시(三菱) 노동자들이 살던 집과 그 터가 남은 부평2동을 찾았다.

낮은 직급의 노동자가 살던 집들은 다른 지번의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2가구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지붕을 쓰는 모습이었다.

지금도 사람이 사는 이곳은 집을 지을 때 정화조를 묻지 않아 여전히 이동식화장실을 함께 쓰고 있다.

치안관리도 비교적 소홀해 벽으로 세워둔 알미늄 패널도 떼가는가 하면 밤이면 청소년들이 모여들어 비행을 저지르는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20일 오후 '인천 강제동원 평화역사기행' 참가자들이 부평2동에 있는 미쓰비시 옛 사택 터를 찾았다.

김현석 위원은 "일제의 잔재로 남은 집단주거지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역사기행은 부평공원에 세워진 '인천 평화의 소녀상'에서 마무리됐다.

인천 평화의 소녀상은 인천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시민모금에 나서 제작비 9000만원을 마련했다. 인천시가 부지를 제공해 지난해 10월 29일 건립됐다.

인천 평화의 소녀상은 다른 지역과 달리 맨발로 선채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소녀상이 응시하는 곳은 조병창이 있던 미군기지다.

역사기행에 참여한 청라고 2학년 이기화(17)군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역사적인 사실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고는 생각 못했다"며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안타깝다. 보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인천 부평공원에서 '인천 강제동원 평화역사기행'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역사기행은 오는 27일 2차, 다음달 3일과 17일 각 3·4차가 진행된다.

2차는 식민지를 겪으며 인천이 전쟁을 위한 공업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소금꽃 따라 걷는 철로기행', 3차는 인천 매립지에 세워진 일제 군수공장을 기행하는 '사라진 바닷길 위에서', 4차는 동양방적 인천공장 등 인천 동구 일대에 세워진 일본 기업에서 일한 젊은 노동자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빼앗긴 땅, 사라진 청춘'을 주제로 진행된다.

이번 역사기행을 기획한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 인천건립추진위원회'는 광복절 72주년 사흘 전인 오는 8월 12일 소녀상 부근에 노동자상을 건립하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지역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 추진위원 참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추진위(032-525-1810~2)로 문의하면 된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저작권자 © 뉴스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