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밤 국내 최초의 공중보행로로 재거듭난 서울로 7017가 야경을 밝히고 있다. 45년 간 도로로 이용되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변신시킨 서울로 7017은 꽃과 나무가 가득한 공중정원으로 탈바꿈해 이날 개장했다.

 서울역고가 보행길 '서울로7017'이 개장 첫날 방문객 15만명을 돌파하며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시민들은 개장시간인 오전 10시 전부터 서울로7017로 통하는 통로 앞에서 줄을 서며 기다렸다. 방문객은 정오에 1만명, 오후 4시 5만명을 돌파하더니 오후 7시 10만2900명, 오후 10시 최종집계 15만1000명을 기록했다.  

이날 대부분의 시민들은 좋은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은 서울로7017을 걷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숭례문과 인왕산이 보이는 지점에서는 "대박"이라는 탄성이 군데군데 터지기도 했다. 

인근인 용산구 서계동에 산다는 심효협씨(56)는 "정서가 메마른 도심 속 시민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장소가 될 것 같다"며 "힐링공간"이라고 평했다.

조동순씨(81)는 "자동차를 타고 지나다니던 길을 걸어서 지나가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걷는 도시'라는 시대흐름에 맞춘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름에는 어떨까 싶다"고 우려를 표했다.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있다는 김진선씨(25)는 "걷기 좋은 보행길은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길이 좁아 걷기가 어려운 지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20일 오전 국내 최초의 공중보행로로 재거듭난 '서울로 7017'에서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45년 간 도로로 이용되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변신시킨 서울로 7017은 꽃과 나무가 가득한 공중정원으로 탈바꿈해 이날 개장했다.

설치예술 작품 '슈즈트리'도 들끓었던 흉물 논란에 견줘 실제 평가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청파동에서 온 황찬영씨(40)는 "위에서 내려다보니 논란이 된 것 만큼 흉물스럽지는 않고 9일 정도 설치하는 것이라면 괜찮을 듯 하다"며 "예술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데 '슈즈트리'가 시민들이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구름처럼 모여든 시민들로 주변 상점들도 활기를 띄었다. 퇴계로 방향에서는 산책을 마치고 남대문시장으로 이동하는 인파가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로7017과 연결된 대우재단빌딩 커피전문점 'b'의 김정협 매니저(37)는 "어제 오픈했는데 서울로7017 개장으로 주말에 매출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늘 예상보다 고객이 많은 상황이라 계속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몰려든 사람들로 일부 구간에서는 통행이 어려웠으나 예상보다는 심각하지 않았다. 특히 들어찬 화분들로 폭이 좁았던 만리동 방향은 2개 보조 통행로가 개통되면서 방문객이 분산돼 오히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20일 오전 국내 최초의 공중보행로로 재거듭난 '서울로 7017'에서 시민들이 족욕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45년 간 도로로 이용되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변신시킨 서울로 7017은 꽃과 나무가 가득한 공중정원으로 탈바꿈해 이날 개장했다.

다만 30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 날씨에 내리쬐는 뙤약볕에는 그대로 노출됐다. 서울시는 15개의 그늘막과 시원한 물을 내뿜는 안개분수를 설치했으나 수만명의 방문객을 감당하긴 역부족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 그늘막이 부족했다. 앞으로 보완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야경은 서울로7017의 또다른 매력이었다. 오후 7시30분 1000여개의 조명이 일제히 불을 밝히자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바로 옆 서울스퀘어 건물 외벽에는 서울로7017의 이미지영상이 미디어파사드로 상영돼 탄성을 자아냈다. 서울역사와 '슈즈트리'에도 조명이 들어오면서 서울역 일대가 환상적인 분위기에 빠졌다. 친구와 함께 온 배장이 씨(59)는 "조명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며 감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후 5시쯤 서울로7017을 찾아 둘러보며 시민들과 즉석사진을 찍기도 했다.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던 중증 장애인들과 마주치자 "서울을 사람이 존중받는 특별시로 만들기 위해 서울로7017도 만든 것"이라며 "여러분들의 요청을 충분히 검토해서 잘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또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후 8시 만리동광장에서 열린 공식 개장식에서 상기된 어조로 "오늘 서울로 준공과 시민 개방을 기점으로 서울시가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도시로 변화했다고 선언한다"고 외쳤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일 오후 국내 최초의 공중보행로로 재거듭난 서울로 7017를 걸으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45년 간 도로로 이용되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변신시킨 서울로 7017은 꽃과 나무가 가득한 공중정원으로 탈바꿈해 이날 개장했다.

박 시장은 "서울은 글로벌도시로서 보행친화도시, 사람중심도시로 거대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서울역고가만이 아니라 세운상가와 세종로의 변화, 을지로의 지하도로를 통해서 사람들이 걷기에 좋은 도시, 사람다운 도시 서울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로7017을 반대했던 남대문시장, 용산구 서계동 등 인근 주민에게는 서울역 일대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 남북화해를 추진하면 서울역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중국 횡단철도, 시진핑 중국 주석이 주창하는 일대일로와 연결되는 한반도의 종착역이자 시작역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서울로의 오픈과 더불어 이 인근 지역들이 균형된 발전을 이룩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서울로7017 추진 기간 동안 불편을 참고 힘을 보태준 인근 주민들께 감사드린다"며 "이제 무조건 철거하고 부수는 시대는 지났다. 서울로7017은 살리고 재생하며 역사적 가치를 추구하는 서울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설계자인 비니 마스는 "서울역 주변 건물과 동네를 연결하는 2단계 프로젝트에 돌입 할 것"이라며 "서울을 인간적 생태적 도시로 만드는 비전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요일인 21일에는 2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개장 기념 '거북이마라톤' 대회와 '서울드럼페스티벌' 시민경연 프로그램이 열려 더 많은 시민들이 서울로7017을 찾을 전망이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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