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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지정·취소권한 교육감에게…보수는 유지, 진보는 폐지?자사고 지정·취소 교육부 동의절차 폐지논란 확산 교육계 "진영논리 따라 자사고 존폐 결정 우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지정·취소권한을 교육감에게 넘겨주기로 하면서 교육계가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교육감 의지나 성향에 따라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더 늘거나 아예 사라질 수도 있어, 고교교육의 지역별 불균형 심화나 무(無)자사고 지역 엑소더스(탈출) 같은 부작용이 예견된다는 것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지정과 취소에 대한 교육부 동의절차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정과 취소권한을 교육감에게 넘겨준다는 얘기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0조에 따르면, 교육감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지정취소하려면 교육부장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부는 교육감 판단으로 지정 및 지정취소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이 조항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주로 진보교육감이 원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6월20일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제안을 발표하면서 "자사고 지정 및 취소권한을 교육감이 행사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7월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고교교육의 지역별 불균형이 생기는 등 후폭풍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교육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정·취소권한을 넘겨주면 대체로 진보교육감이 수장인 지역에서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사라질 것이고 보수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유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교육감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 고교교육의 지역별 불균형이 발생하는 꼴이 될 텐데 교육부가 이런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고 왜 덥석 결정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유지지역의 쏠림현상이 생기는 등 또다른 부작용도 예견된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정·취소권한 이양이 실현될 경우에는 많은 학생들이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존재하는 지역으로 이탈할 수 있다"며 "또다른 사회적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공약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하는 것은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김진우 대표는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약속했지만 정작 이번 결정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존립 가능성만 높여준 것"이라며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유지를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만 돼도 정부 공약은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반대여론 부담을 우려했다는 시각도 있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번 결정이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실현을 위한 과도기적인 조치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실현하려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설립근거를 삭제하면 되는 것인데 다소 소극적인 방법을 취했다는 것은 자사고 등 구성원들의 반대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자사고·외고·국제고 구성원이나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반발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교육감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사고연합회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자사고 측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 논란은 내년 교육감 선거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가뜩이나 정부의 자사고 말살정책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내년에는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교육이 진영논리에 좌지우지되다는 게 정말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지난 정부서 갑작스럽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넣었던 자사고 등의 지정·취소 교육부장관 동의권을 폐지해 원래대로 돌려놓겠다는 취지일 뿐"이라며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은 국정과제인 만큼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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