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 사옥

 서울주택도시공사(SH) 신임 사장 후보에 교수 이름이 오르자 일부 직원들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문제가 됐던 전임 사장이 교수 출신인 탓에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반면 회사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블랙리스트 파문과 임원들의 집단 사표 제출 등으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는 인물이면 충분하다는 목소리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SH 신임 사장 임명 후보자는 김세용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결정됐다.

일부 직원들은 신임 사장 후보자 이름이 나오자 즉각 반발했다. 앞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교수 출신 사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변창흠 전 사장은 연임이 유력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자진 하차를 선택했다. 

하지만 변 전 사장은 재임 기간 동안 독단적인 경영스타일로 내부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임에서 사퇴로 입장을 번복한 것도 내부 직원들의 반대가 컸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보자가 알려진 직후 SH 내부에선 '교수님을 모시는 조교 혹은 대학원생 역할을 또 해야 하나'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SH 직원들은 뒤숭숭한 상황이다. 전임 사장이 퇴임하면서 집단 사표 등 불협화음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하루 빨리 사장이 임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SH 관계자는 "공기업 역할에 맞는 사장이라면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의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변 전 사장(1964년생)과 김 후보자(1965년생)가 서울대 환경대학원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물음표가 더 커지고 있다. SH 내부에선 변 사장이 김 후보자를 추천했다는 소문까지 퍼져 있다. 나이도 비슷해 상당한 친분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직원들은 김 후보자가 사장으로 임명되면 변 전 사장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 말 예정된 승진 인사뿐 아니라 업무 파악에도 대외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인선 작업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순 시장의 임기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6월까지다. 3선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신임 SH공사 사장 임기도 불확실하다. 과거 서울시장이 교체되면 산하 기관장도 동반 사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SH사장 자리가 '스펙 쌓기' 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장이 업무를 파악하기까지는 수개월 필요하다"며 "내년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면 불과 3∼4개월만 정상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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