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확립과 재벌개혁 등 숙제를 책임지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본령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변화의 끝이 아닌 시작을 보여달라"며 기업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14일 공정위 기자단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공정위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재벌 개혁과 갑질 근절"이라며 "재벌 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면 하도급,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본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갑질 근절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재벌 개혁이 좋은 것은 알지만 내 삶과 무슨 상관이냐'는 (국민들의) 냉소적인 태도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경제민주화는 이룰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삶과 연결되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갑질 근절, 즉 우리 사회의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며 가맹·유통·하도급·대리점의 "4대 영역 중 2개는 이미 했고 연내 나올 하도급 대책과 내년 상반기 중 나올 대리점 대책까지 마련함으로써 (갑질 근절을)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전과 광주, 대구, 부산 등 지역사무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원조차 해결할 능력이 없는 공정위가 무슨 개혁을 하겠냐고 말했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을(乙)들이 가져오는 민생문제의 해결이 가장 중요함을 거듭 역설했다.

재벌 개혁의 주요 대상으로 꼽히는 4대 그룹을 빗댄 '4개의 대저택 중 어느 집에 먼저 불을 지를 계획이냐'는 질문에 "어느 집도 불태우지 않고 적절하게 수리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답답해 할 테지만 사실 각 그룹이 안고 있는 현안과 문제점이 다 다르기도 하고 또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고 말해 자발적인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변화의 끝이 아닌 변화의 시작을 보여 달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2년 반 동안 위원장으로 있을 테니 각 그룹이 잘 알고 있는 각자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할 방법을 실행하겠다는 결정을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내년도에 중점적으로 전개할 정책으로는 단기, 중기, 장기 과제 중 단기 과제의 마무리와 중기 과제의 적극적 추진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취임하고 처음으로 기자실에 내려왔을 때 머릿속에 3년의 임기 동안 단기, 중기, 장기의 과제를 정리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사회적 수요가 높고, 법 개정 없이 공정위의 행정력으로 할 수 있는 단기 과제는 이미 다 정책화 했다"며 "앞으로의 6개월은 단기과제를 성과로 연결시키는 작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기 과제란 사회적 공감대는 상당히 확보돼 있지만 실행을 위해서는 법률적, 재정적 수단이 필요한 것, 즉 입법과제를 의미한다"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분기점으로 상반기에는 단기과제 성과 연결을, 하반기에는 입법과제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임기가 아직 2년 6개월 남았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급하지 않게 공정경제를 만들어 가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사회를 바꾸고 싶지만 그 방법은 혁명이 아닌 진화가 돼야 한다"며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하게 세상을 조금씩 누적적으로 변화시켜 임기 2년 11개월 차에는 재벌 구조 등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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