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내년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하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기간 때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의 '평창구상'이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는 해당 훈련 중단이 북한과 가까운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쌍중단(雙中斷·북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비슷한 모양새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풀이에 기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평창구상은 '평화올림픽'을 만들겠다는데 방점이 있으며,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 4강(미·중·일·러) 정상들의 개막식 참석 및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참가시키는 것을 과제로 삼고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평창구상을 기반으로 북한을 설득해 국제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게 궁극적 목표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19일)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춘다면 그것은 평창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뿐만 아니라 미국과 북한간, 한국과 북한간에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동안 예정돼 있는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 이미 나는 미국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 이것은 오로지 북한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은 2월9일부터 25일까지, 패럴림픽은 3월9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한미 양국은 통상 매년 3월 키리졸브(Key Resolve)와 독수리훈련을 진행하며, 북한은 이에 대해 자국을 압살하기 위한 침략전쟁이라고 규정하고 비판해왔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평창올림픽을 위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문제를 거론하고 미국에게 제안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문 대통령의 발언에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다만 실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기 위한 핵심단계로 미국이 문 대통령의 의견을 '검토'에서 '동의'로 바꿔야 하는 가운데, 현재 미국의 분위기로 봐선 미국이 언제쯤 이러한 결단을 내릴진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이 보고서에는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고,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수단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적혔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만나 회담한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우리는 대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제안을 한 뒤)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우리가 미국에 안(案)을 전달한 것은 확실하고 그와 관련해 상당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맞다. 제안한 시기는 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안을 제안하는 데 있어 어떤 '한미라인'이 가동했는지에 대해선 "추측에 맡기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또 틸러슨 장관이 캐나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론에 대해 '예정된 훈련이 변경될 것이란 어떤 계획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데에는 "이 부분이 외교·국방과 관련한 내용이라 틸러슨 장관 라인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이 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만한 사안이라고 보고있다"고 미국측의 긍정적 기류를 전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최근 방중(訪中)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북문제에 있어 '향후 3개월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다만 "이는 쌍중단 시행과는 관계가 없고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자는 부분에 국한된다"고 부연했다.

동일한 관계자는 또 "북한에는 (이런 제안을) 전달한 바는 없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 시점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언급한 것은 북한에 대해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는 사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고싶단 의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간 통일된 의견을 마련하기 전, 북한의 추가도발이 있을 땐 훈련 연기 구상에는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추가도발이 있을땐 연기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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