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손 고문은 지난 10월 스탠퍼드대학교 객원교수 활동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후 이날 귀국했다.

21일 귀국한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당 내 통합 찬반세력과 두루 만나며 양 측과 접점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찬반 세력은 저마다 '손학규'란 변수를 놓고 동상이몽에 빠졌다.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 측은 손 고문이 결국 안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통합 반대파도 손 고문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국민의당 내 통합 찬성파는 손 고문의 지원사격을 받아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이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 고문은 대선 전 바른정당과의 통합 수준의 연대를 주장하며 뜻을 같이한 만큼 통합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해 당내 갈등을 수습할 것이란 관측이다.

통합 찬성파는 특히 손 고문이 지난 21일 저녁 입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두고 안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고문이 통합추진위원장이나 비상대책위원장 등 직책을 맡아 통합 전면에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당 내 통합 반대파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통합으로 어수선해진 당을 정상화하기 위해 손 고문이 '제3의 아이디어'를 내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손 고문이 안 대표의 도구가 될리 만무하다"며 "정체성과 뿌리가 다른 이런 식의 통합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손 고문은 통합 반대세력인 호남계 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운만큼 호남계 목소리를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손 고문이 귀국 후 가장 먼저 찾은 사람도 안 대표가 아닌 박지원 전 대표였다.

손 고문이 입국 후 "결코 보수통합이 돼선 안된다. 개혁적인 중도통합이어야 한다"며 언급한 것을 두고서도 양 측의 해석은 분분하다.

통합 반대파 측은 바른정당이 '보수'를 내세우고 있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손 고문이 명확하게 반대한 '보수통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통합 찬성파인 안 대표 측은 "손 고문이 언급한 중도개혁 통합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며 보수통합은 자유한국당까지의 통합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국민의당의 뿌리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천년 민주당의 강령에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것이 중도개혁주의 노선이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맞섰다.

정작 손 고문은 어느 한 쪽을 지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양 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다.

박 전 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손 고문과 만나 통합 관련 얘기를 나눴다고 전하며 "제가 일부 언론에 손 고문이 안 대표의 손을 들어 줬다고 보도된 사실을 묻자 (손 고문은) '내가 그렇게 했나'라는 특유의 답변으로 부인했다"고 했다.

안 대표의 재신임 문제가 걸린 통합 국민의당 전당원투표(27~29일)를 앞두고 손 고문은 박 전 대표와 안 대표는 물론 당 내 찬반 세력과 만남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손 고문을 둘러싼 통합 찬반 세력의 해석 차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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