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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는 공정위…사건의 재구성재계 "정권 바뀌면 법 해석도 달라지나" 탄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순환출자 해석기준 변경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5년에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 라인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솔직히 지금도 어떤게 순환출자 고리 '형성'이고 '강화'인지 모르겠다"-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2017년 6월2일)

"법원 판단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공정위의 오늘 결정은 변경 없다"-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2017년 12월21일)

순환출자 고리 '형성'인지 '강화'인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 번복이 재계에 충격을 던졌다.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 만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판단을 뒤집었다. 김 위원장은 "2년 전 500만주 매각 결정은 잘못됐다"며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 추가 매각 명령을 내렸다.

지난 2015년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례를 순환출자 '강화'로 판단했지만, 이제는 '형성'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삼성의 청탁에 따른 잘못된 판단이었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현재 공정위 입장이다. 당시 결정권자인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이나 삼성 측은 청탁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한 2심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삼성SDI는 늦어도 내년 3분기 안에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처분해야 한다. 50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현재 30%가 넘는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 결정이 삼성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재계는 탄식했다. 삼성의 청탁으로 공정위가 결론을 바꾼 것이라는 의혹이 아직 사실로 확정된 것이 아닌데도 1심 판결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성급하게 나섰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이 부회장의 2심 변론종결을 약 일주일 앞두고 공정위가 발표에 나선 '타이밍'도 절묘했다는 관전평마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당시 공정위 해석이) 삼성의 청탁에 따른 게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기업을 규제하는 법 적용이 달라지면 기업들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리 내 소멸법인 + 고리 밖 존속법인 합병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공정위 제공)

◇당시 공정위원장 "시장충격 덜한 선택…개정법 첫 시행 혼란 막으려"

이같은 '비극'의 발생은 2015년 12월16일 있었던 공정위 전원회의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정 공정거래법 제9조2항을 둘러싼 이견이 발단이다. 공정거래법 9조2항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는 인정하지만 추가적인 계열출자는 금지하고 있다. 다만 합병에 의한 경우는 곧바로 순환출자 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유예 또는 적용제외 사유에 해당한다. 

삼성이 법 개정 후 첫 타깃이 되면서 경제계는 물론 법조계와 학계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안이다. 2014년 7월25일 법이 개정됐지만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적용사례가 없어 주무부처인 공정위도 이 법 해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삼성이 이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자 부랴부랴 검토에 들어가, 법 개정 이후 1년5개월만인 2015년 12월24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사안이 복잡하고 선례가 없다보니 전원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정위 수장인 정재찬 위원장 조차 이 분야는 전문가가 아니라 어느 해석이 맞는지 갈피를 잡지못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6월2일 이 부회장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전원회의에 토의안건으로 올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전문가들조차 '너무 어렵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는 중구난방으로 말이 많아 어떤 게 다수가 지지하는 것인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며 "이후 다시 검토해 500만주안과 900만주안 모두 법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하길래 국회와 언론에서 비판할 것을 알았지만 금융시장에 충격이 덜한 500만주로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정 위원장은 "삼성 순환출자 문제는 개정 공정거래법의 첫 적용사안으로 법리적 해석과 경제에 미칠 충격을 모두 고려해 내가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청탁 의혹을 일축했다.

쟁점은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이 합병하는 경우 순환출자 강화으로 볼 것인지 형성으로 볼 것인지였다. 정 위원장은 "솔직히 지금도 어떤게 순환출자 고리 '형성'이고 '강화'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정 위원장이 해당부서 국장에게 법률전문가들의 얘기를 광범위하게 들어보라 했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유명 로펌들은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두는 등 이해가 상충할 소지가 있어 대형 로펌에 의견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공정위 내부에 파견온 법원과 검찰 출신 전문가 두 명에게만 의견을 구했다.

이처럼 의견이 폭넓게 수렴되지 못하자 전원회의를 열어 더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당시 실무자들도 자신들의 안에 대해 아주 자신이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원회의에 올린 것이지 삼성의 처분주식수를 변경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회의를 연 것이 아니다"라고 특검 측 주장을 반박했다.

삼성 측은 "당시 법무법인 등을 통해 의견을 구한 결과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하지 않아 처분해야 할 주식이 없다는 의견을 받고 안심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이미 합병 이후 통합물산에 대한 지배력은 오너일가 지분이 30%가 넘는 등 충분한 상태라 처분주식수가 늘고 줄어드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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