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파행 사태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여야가 본회의 개최에 실패하며 민주당이 주장하던 각종 민생·개혁 법안들이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3일까지 예정됐던 이번 임시회 회기는 다음달 9일까지 자동 연장됐지만 여야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민주당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문재인 표 민생·개혁 법안'들의 처리를 약속했던 민주당이 예상치 못한 빈손국회 가능성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연내 본회의 개최를 목표로 대야(對野) 전선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연내 본회의 개최에 실패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이 야당에 있다는 점을 강조, 연내 본회의 개최를 압박하는 것이다.

각종 민생·개혁 법안이 처리가 올해를 넘길 경우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에 가해지는 부담 역시 클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개혁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12월 임시회가 결국 자유한국당의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인해 빈손 국회로 끝날 위기에 직면했다"며 "국민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과 민생을 위한 일하는 국회로 한국당이 속히 복귀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며 "2017년 남은 일주일 동안 국회가 국민의 상식에 부응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계류 중인 법안에 일몰법과 감사원장·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의식, 최대한 빨리 본회의를 개최해 법안을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역시 이날 오후 국회에서 임시국회 파행사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개최한다.

민생·개혁 법안 처리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활용, 대야 공세를 높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올해 안에 (본회의가) 당연히 열려야 한다고 본다"며 "전안법,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걸려 있는 법안이 많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6일 예정된 청와대 오찬을 취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빈 손'으로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는 것도 부담이다.

해당 핵심당직자는 "오늘 원내대책회의 후 공식 브리핑에서 이같은(청와대 오찬 취소) 입장을 정리해 발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불시에 열릴지 모르는 본회의에 대비, 정족수 단속에도 나선 모습이다. 소속 의원들의 해외 출장 등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의결정족수 사수 작전에도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본회의를 소집하더라도 정족수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동시에 민주당은 국민의당은 물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도 주요 입법 과제들을 둘러싼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 당직자는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야당과 비공식 채널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개헌특위 연장 문제가 여전히 여야의 협상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어 연내에 본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민주당은 특위 활동을 6개월 연장하되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 내년 2월말까지 최선을 다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었지만 한국당은 "개헌 시한을 못 박아서는 안된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4일 "민주당은 원포인트 국회를 말하기에 앞서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계속 하겠다는 약속부터 하라"며 "민주당이 국회의 개헌 논의는 걷어차고 비열한 정치공세로 본회의 무산에 대한 야당 책임전가에만 혈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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