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부장판사)가 '블랙리스트 명단'이 담긴 것으로 의심을 받는 컴퓨터에 대한 물적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위원회는 26일 법원 내부망에 공지 글을 올리고 문제의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대한 물적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조사대상과 방법을 한정하고 진술 기회를 부여한다면 사적 정보(비밀)가 침해될 개연성이 거의 없고, 이러한 문서 열람 등에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출범 이후 위원회는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서면 및 대면 방식으로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했지만, 결국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에 위원회는 조사 대상을 공용 컴퓨터에 저장된 사법행정 관련 작성된 문서로 한정하고, 저장매체에 있을 수도 있는 개인적인 문서와 비밀침해의 가능성이 가장 큰 이메일은 조사범위에서 제외했다.

조사 방법도 저장매체에 있거나 복구된 모든 문서를 열람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서의 생성·저장된 시기를 한정한 뒤 현안 관련 키워드 검색을 통해 도출된 문서만을 열람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당사자들의 참여와 의견 진술기회도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위원회는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조사에 사용되는 컴퓨터 일체를 법원행정처로부터 지원받은 뒤 망에 연결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장소는 입구에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해 출입을 엄격 통제하고, 출입 시 스마트폰과 USB 등 유출과 관련된 의심이 생길 수 있는 일체의 기기를 휴대할 수 없도록 했다. 폐쇄회로(CC)TV 2대도 설치해 24시간 녹화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의 협조를 받아 컴퓨터 3대에 대한 보존조치를 진행했으며, 이튿날 저장매체 등을 인계받았다.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의 당사자로 지목돼 징계를 받았던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18기)의 컴퓨터와 전·현직 기획1심의관의 컴퓨터 등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저장매체는 지난 1일 저장매체를 분리해 봉인했으며, 아직 이미징하지 않은 채 법원행정처에 보관돼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PC보존조치의 전 과정이 법원행정처의 협조를 받아 이뤄졌다"며 "성실하게 조사활동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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