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규모 하도급업체의 공동행위를 담합으로 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중소기업들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당장 업체들의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되는 실효성 높은 정책인 데다 대기업과 하도급 거래에서 불합리한 종속 관계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어서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대책을 담았다"며 "정당한 사유 없는 전속거래 강요행위를 금지하고 소규모 하도급 업체의 공동행위에 대한 담합 규정 적용을 배제한다"고 밝혔다. 

담합 배제 정책은 중소기업의 숙원이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올 4월 발표한 '새 정부 정책과제'에도 담긴 요구안 중 하나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도 공정위 대책에 대한 논평에서 "공동행위 담합 규정 적용 배제는 공정하고 대등한 하도급 관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현재 하도급업체를 포함한 중소기업은 협동조합을 결성해 공동구매, 공동판매, 공동상표, 기술개발 등 중소기업 협동조합법에서 허용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이 공동사업을 담합으로 규정해 왔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들은 공동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고 하소연해 왔다. 

하도급 업체의 공동행위 담합 배제와 협동조합의 담합 규제 완화는 '한 몸'이다. 동일한 내용을 담은 2개 법안이 발의됐다. 문재인 정부는 7월 '새정부 경제방향'에서 규제 완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정책 실현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이 정책의 기대 효과는 하도급거래의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인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의 하도급거래 실태조사를 보면 하도급거래의 공정성 수준은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하도급 업체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인 원사업자가 단가를 일방적으로 조정해도 계약 해지와 같은 보복이 두려워 감내하는 경향이 강하다. 담합 규정이 풀리게 된다면 하도급 업체가 힘을 합쳐 제 목소리를 내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선까지 담합으로 규정할 지다. 공정위는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라고 단서를 붙였다. 이는 가격 담합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담합 배제 규정을 악용해 가격 담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경쟁당국이 담합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구매, 판매, 포장 등 기존의 중소기업 협동조합법에 열거된 범위 내에서만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않는 범위에서 기업의 경쟁요건을 높이려는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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