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28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 의왕시 서울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법원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압박해 보수단체를 지원하고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51)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조 전 수석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28일 오전 3시12분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 등 범죄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수사 및 별건 재판의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조 전 수석은 지난 11월6일 구속 기소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과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게 2015년 31개 보수단체에 35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정무수석 재임기간(2014년 6월~2015년 5월)동안 이병기 전 국정원장(70·구속기소)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500만원씩 약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오 부장판사는 조 전 수석의 5000만원의 특활비 상납에 뇌물성이 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검찰의 혐의소명이 부족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 구속요건 중 하나인 증거인멸과 도주우려의 염려와 관련해서는 조 전 수석이 현재 화이트리스트와 특활비 수수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어 도주우려 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법원의 판단과 달리 조 전 수석에 대한 모든 혐의가 소명됐으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 30분 뒤 이날 오전 3시42분쯤 법원의 판단을 겨냥해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화이트리스트 집행 의혹을 받고 있는 조 전 수석의 부하직원 허현준 전 행정관은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며 "상급 책임자인데다 별도의 뇌물수수 혐의까지 있는 조 전 수석은 오히려 엄정한 책임을 면하는 결과로 형평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조 전 수석도 거액의 국정원 자금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조 전 수석의 특정보수단체 지원개입과 관련한 청와대 문건과 부하직원 진술 등 중대한 범죄에 대한 혐의 소명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박준우 전 청와대 수석 등 관련자들의 위증경과 등으로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며 기각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전 수석 측은 검찰 조사에서 돈을 받은 사실도 인정했으며 그 돈의 출처가 국정원인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관행적으로 주는 돈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열린 조 전 수석의 영장심사는 5시간 동안 진행되며 검찰과 조 전 수석측 변호인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조 전 수석 측은 영장심사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과 혐의에 대해서도 다툴 여지가 있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최후진술에서 조 전 수석이 자녀에 대한 걱정을 토로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검찰은 공직자가 직무관련자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기 때문에 뇌물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이 지휘·감독을 받는 정무수석의 직위 때문에 금품이 건너갔고 다른 수석실이 아닌 정무수석실에만 금품이 건너갔다는 점을 들어 관행으로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당분간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전망이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가 청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 국정원 불법사찰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과 관제시위 주도한 혐의가 있는 추선희 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역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반면 민간인 댓글부대에 국정원 예산 수십억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사이버 외곽팀 운영 혐의를 받는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게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에 대해서도 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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