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참석 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의 상임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2월 구속된 이 부회장이 1년여 가까이 자리를 비우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영에도 차질이 장기화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민간외교 채널의 단절 측면에서도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측은 최근 보아오 포럼 사무국에 상임이사직의 사퇴 의사를 밝혔다. 3년 임기의 상임이사를 보통 한차례 연임하는 것이 관례라 임기 만료 시점을 내년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오는 4월이 임기가 끝나는 만큼 상임이사 자리를 자연스럽게 그만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상임이사를 계속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삼성 내부 분위기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3년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맡아온 상임이사 자리를 넘겨받아 세계적인 최고위급 인사들과 교류해왔다. 매년 3~4월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보아오(博鼇)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은 중국 등 아시아 정재계 고위급 인사들과의 교류 채널로 이 부회장이 각별히 챙겼다. 보아오포럼 이사회 멤버는 각국 거물들이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고촉통(吳作東) 전 싱가포르 총리, 장피에르 라파랭 전 프랑스 총리, 라탄 타타 인도 타타그룹 명예회장, 레이프 요한슨 에릭슨 회장 등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3년 직접 포럼 발표에 나서기도 했으며,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기 전까지 4년 연속 개근해왔다. 이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중국 총리, 라탄 타타 인도 타타그룹 명예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을 만나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이 부회장은 특히 국내 기업인들 가운데 가장 넓은 중국 내 인맥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이자 상무위원인 자오러지 서기와 왕양 부총리와 친분이 두텁다.

중국 뿐이 아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애플의 팀 쿡과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의 래리 페이지 등 세계적 IT 기업인을 불러 '테크 서밋'을 했을 때도, 이 부회장은 초청을 받았지만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불참해야 했다. 이 부회장은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와 팀쿡 애플 CEO,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과 교류해온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8년 연속 참석했으나 지난해는 가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공 들여온 중국 등 아시아 네트워크 뿐 아니라 신규 M&A(인수합병)이 걸린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투자에도 먹구름이 낀지 오래다. 미래 먹거리로 자동차 전장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해온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이탈리아 자동차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직도 아쉽게 내놓은 바 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국내 M&A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였던 세계 최대 전장기업 '하만' 인수(9조4000억원)가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 구속 이후 맥이 끊겼다.

재계 관계자는 "각국 정재계 거물들과의 글로벌 네크워크는 전문경영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회장 뿐 아니라 국내그룹 오너들이 가장 공들이는 부분인데 1년 가까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네크워킹이 멈춰있는 것은 매우 큰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2월5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특검은 지난 12월27일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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