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이 21일 강릉 씨마크호텔로 들어가고 있다.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방문을 위한 사전점검단이 21일 방남하면서 어떤 협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예술단의 공연 장소와 내용 등이 이번 방남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릉에서는 강릉아트센터, 서울에서는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고척스카이돔 등이 유력한 후보 공연장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약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릉아트센터는 성공적인 문화올림픽을 위한 기반시설로 구축돼 지난해 12월15일 준공됐다.

강릉아트센터의 대공연장은 150여명이 출연 가능한 무대와 최대 8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으로 다양한 장르(뮤지컬, 오페라, 음악회)의 공연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북측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서울 공연 장소는 아직 미지수다. 국내 대표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북한 예술단이 1990년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를 진행한 바 있어 북한으로서는 낯설지 않은 곳이지만 140명의 삼지연관현악단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협소하다는 평가다.

2200석 규모의 오페라극장이 있지만 이 곳은 2월25일까지 뮤지컬 '안나 카레니아' 공연이 예정돼 있어 사용이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광장에 인접해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대극장은 관객 수용 인원이 3000여명으로 규모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오는 27일부터 내달 28일까지 계획돼 있는 뮤지컬 '캣츠'의 내한공연이 제한 요소다.

이에 일각에선 최대 2만50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고척스카이돔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장은 22일 이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예술단의 공연 내용도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실무접촉에서 우리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통일 분위기에 맞고, 남북이 잘 아는 민요, 세계명곡 등으로 구성하겠다고 (북측이) 설명을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우리 측도 순수 예술적인 민요나 가곡, 고전음악 등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북측에 표명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체제 선전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의 공연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안팎의 분석에 따르면 삼지연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예술단이 연합된 조직으로 판단된다. 이에 삼지연악단이 앞서 북한 공연무대에서 올렸던 곡들로 이번 공연 구성을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지연악단은 지난 2016년 11월 어머니날 경축공연에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유 레이즈 미 업' 등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과 팝음악을 선보였다.

지난해 1월 새해 경축 공연에서는 '세계만화영화묶음'이라는 이름으로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라이온 킹' 등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삽입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삼지연악단은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곡들을 대체로 빠르고 경쾌한 리듬으로 연주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공연에서는 '아리랑' 등 민족 노래와 관현악기 연주 위주의 공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민족적인 곡을 하는 것으로 대충 합의가 됐으니 공연 내용에 있어선 남북 간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북측에서 정치색이 담긴 공연 배경화면을 요구할 경우 협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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