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면서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대북특사에 대해 "아직 아무 논의도 없다", "너무 나간 얘기"며 선을 긋고 있지만, 청와대 주변에선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받은 터라 문 대통령도 어떤 형태로든 답변을 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대북 특사가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방안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대북특사 파견 여부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2일 뉴스1과 통화에서 "특사를 보낼지 말지, 보낸다면 언제 보내고, 누구를 보내야 할지 등은 시간을 두고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남북대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오는 4월께로 예상되는 한미 연합군사 훈련 재개 이전에 북미 대화를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평창 패럴림픽 폐막(3월18일) 이전에 대북특사를 파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월 한 강연에서 오는 3월25일까지 한미연합훈련이 조정된 상황이라며 "그 시간 내에 북미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견인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부 언론이 '청와대가 늦어도 패럴림픽 폐막 이전에 대북 특사를 파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요지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대북특사를 파견한다면 문 대통령이 누구를 보낼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임 비서실장은 전날(11일)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환송만찬을 주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남측에서 북한 대표단의 마지막 식사 자리를 임 비서실장에게 주재하도록 한 게 대북특사 파견을 염두에 두고 북한 대표단과의 유대감을 쌓도록 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임 비서실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이던 1989년 전대협 3기 의장을 맡아 임수경 전 의원의 '평양축전참가'를 진두지휘해 북한에도 이름을 알린 인물로, 국회의원 시절에는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만 6년을 활동하며 외교와 통일 분야에 높은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04년에는 북측 기업과 상품소개 등 무역상담 지원, 남북간 통신 대행 등을 통해 장기적인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고자 학계·경제계·문화계 인사 10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부회장으로도 선출된 바 있다.

특히 임 실장은 정치적 비중으로 인해 북측도 만족할 특사로 보인다.

임 비서실장 외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훈 국정원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특사로 북한을 오갈 때 동행하는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북측과 많은 접촉을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또한 지난 10일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이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서 원장이 배석을 한 데다 과거 남북정상회담 전 모두 국정원장이 특사로 파견됐던 전례도 서 원장의 특사 파견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엔 임동원 전 원장, 2007년 2차 정상회담 당시엔 김만복 전 원장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찾은 바 있다.

공식적으로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조명균 통일부장관도 후보 중 한명이다. 내각에서 대북 문제에 가장 정통해 북측과 어떠한 현안도 조율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아울러 청와대 내 통일외교안보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에 있어 큰 틀의 밑그림을 제공하고 있는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도 대북특사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물론 대북특사를 파견할 때 가령 임종석 실장과 조명균 장관을 함께 보내는 특사단 구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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