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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단칸방은 아직 따뜻하다서대문소방서 북가좌119안전센터 고동우

노부부의 4평 남짓 단칸방. 하지만 어느 집보다 따뜻하다.

겨울철 맹렬한 기세로 몰아치던 한파가 시작 될 무렵..

서울 시내 한복판은 추위에 잔뜩 웅크린 채 집으로 귀가하는 사람들만이 눈에 보인다.

집에 가면 반갑게 맞이해주는 가족들이 있는 반면 가족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물론 하루에도 몇 십 건씩 출동을 나가기에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출동에 귀소를 반복하던 중 아무런 현장상황의 정보없는 출동 지령 한 건이 내려왔다.

상황판단을 하고자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는다. 긴장이 된다. 필요한 모든 장비를 챙기고 갈 수 밖에 없다.

현장에 도착 후 대문이 열리지 않아 일단 월담을 하고 대문을 열고 현장을 살폈더니 불이 켜진 방 한 칸이 눈에 보인다.

그곳으로 다급히 뛰어가 현관문을 열어 달라고 문을 두들기자 기저귀 찬 어르신 한 분이 나오면서 “내가 119를 불렀소” 하며 힘겹게 한마디를 꺼냈다. 우리는 환자가 누군지,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다치게 되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 안에는 여 어르신 한 분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CPR 상황인가? 의식장애 상황인가?

다행히 여 어르신은 의식이 있는 상태로 비교적 안정되어 보였다. 그리고 어르신에게 물었다.

“자제분은 안계시는지요..”

어르신은 말씀하신다. “연락이 두절되었소. 나랑 단 둘이서만 살아요. 여편네는 걷지도 못하고 소변도 혼자 못보고 나는 바닥에 한 번 앉으면 혼자 일어설 수가 없어서...여편네 소변보는거 도와주려다 밀려 넘어져서 나도 움직이지를 못하오..그래서 119에 신고를 했소..죽을 때 다 되었는데 여편네 돌봐 줄 사람에 없어서...미안하오..조금만 도와주시고 가면 안되겠소..미안합니다.”

나 아니면 돌봐 줄 사람이 없다는 말이 정말 가슴 먹먹하게 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참 따뜻했다. 정말 먹먹했지만 가슴이 참 따뜻해졌다. 내 눈 또한 뜨거워졌다.

고령에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 부인에 대한 사랑과 동시에 안타까움이 한껏 묻어나는

말씀에 우리는 순간 정적에 할 말을 잃었다...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비좁은 단칸방, 널브러진 이불, 널브러진 쓰레기, 뒤집혀진 전화기, 낡아 삐걱거리는 휴대용 용변기..화장실도 있으나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절로 묻어난다.

구급대원에게 “쓰레기 담게 큰 비닐 가져오세요” 라는 말을 시작으로 묵묵히 사람에 대한 처치가 아닌 현장 자체에 대한 처치를 시작했다.

쓰레기를 줍고 엎질러진 컵을 세워 놓고..어르신을 일으켜 세워 환자용 침대에 뉘어 드리고...

구급대원은 생명의 위험이 있거나 응급한 상황에서의 구조 및 처치 이송을 담당한다. 말 그대로 사람에 대한 현장처치를 가장 최우선으로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늘 하루는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했던 모든 행동들은 사람에 대한 현장처치를 한거다. 신체에 대한 현장처치가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다가서는 현장처치이다.

생명의 위험, 응급한 상황이라는 단서가 없어도 된다.

가장 중요한 주체가 누구인가? 바로 사람이다.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시민이란 말이다.

우리는 서로 한 숨을 내쉬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고개를 떨구고 엄숙하게 반성을 해본다.

도움을 요청함에 있어 급박한 상황과 아닌 상황이 있다. 하지만 그 날 같은 일에 있어 비록 급박한 상황이 아닐지라도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그 상황은 어느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상황 일 수 있다.

그 진실어린 도움의 진심을 안다면 우리는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현장을 꿋꿋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진심있는 도움의 요청은 바로 대한민국 119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바탕으로 생겨난 시민의 손짓이기 때문이다.

고동우  skhan98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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