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기고] 한파 속에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서대문소방서 홍은119안전센터 김가람
서대문소방서 홍은119안전센터 김가람

크리스마스가 이틀지난 날, 그 날도 살을 에는 듯이 추웠지만 맑았던 날로 기억한다. 추위에도 얼어붙지 않고 울리는 출동 알림음을 따라 구급차로 몸을 실었다. 구급차 내 업무 휴대폰의 문자 지령을 확인하니 낯익은 장소와 지령내용이었다. ‘유아, 고열’ 일주일사이에 같은 내용으로 3번째 신고가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3번의 신고 모두 우리 팀에서 출동을 나가게 되었다.

이란성 쌍둥이가 첫 번째, 두 번째 출동에서는 번갈아서 열이 나더니 그 날은 두 아이 모두 열이 난다는 것이었다. 엄마의 곁에서 떨어지질 않으며 대원들의 손길이 닿기만 하여도 뿌리치고 울고불고 했었는데 일주일간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한 아이가 손을 들며 반겨 준다. 나는 마스크 안에서 미소와 손짓으로 답해주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나와함께 아이들의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겨주는 와중에 연신 죄송함을 표현하였다. 본인처럼 자주 신고하는 사람이 있는지, 쌍둥이를 혼자서 데리고 갈 수 없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단순 고열 환자를 이렇게 자주 만났더라면 다른 환자들을 위해 이송 거절을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출동에서 힘겨운 병원인계를 겪어보니 이해가 안 갈 수가 없었다. 흔들리는 구급차 안에서 위험할까 한 아이는 어머니가 안고 한 아이는 내가 안고 갔지만 내 품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었다. 난감한 상황은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몸무게를 재려 체중계위에 올라간 아이는 울기 시작하였고 이를 본 다른 아이도 울기 시작하였다. 쌍둥이와 접수를 하기위해 접수처로 간 어머니는 아이를 달래랴 접수하랴 정신이 없어 보였다.

소방대원이 출동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서재문소방서)

하지만 그 날 만큼은 병원을 자주 갔던 어머니만큼이나 노련해진(?)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송 중 아이는 내 품안에서 잠들었고 병원에서도 울기는 하지만 예전만큼 떼를 쓰지는 않았다. 능숙해진 것은 어머니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난 접수대에서 정신없었던 어머니가 떠올라 접수지를 작성하여 접수까지 했다. 그리곤 아이의 안녕을 뒤로 귀소하였고 지금까지 아이들을 만나고 있지 않다.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앞으로는 출동이 아닌 오가며 웃고 있는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이제는 이름까지 외워버린 쌍둥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김가람  skhan987@newstour.kr

<저작권자 © 뉴스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가람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