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시민들에게 야유와 물세례를 받았던 국민의당 의원들이 23일 1년 만에 다시 봉하마을을 찾았다.

비록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김대중-노무현 정부로부터 이어오는 진보진영의 적자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철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전 대표,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 등 국민의당 현역 의원 11명은 이날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찾았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나섰던 안철수 전 대표도 검은 정장 차림으로 자리 한쪽을 지켰다.

사실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은 매번 '가시방석'과도 같은 자리다. 반문정서로 태동해 친노진영과는 불편한 관계에 있는 국민의당 입장에서 봉하는 어찌 보면 적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때때로 국민의당 측 인사들은 봉하를 찾았다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추도식에서 재보선 패배 이후 친노 주류 책임론을 제기해온 김한길 전 대표는 참가 시민들로부터 물세례를 맞았고, 당시 선거를 앞두고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야유를 받았다.

또한 국민의당이 창당한 다음 처음으로 찾은 지난해 추도행사에서도 안철수 당시 당대표를 비롯한 소속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야유와 욕설을 들어야만 했다.

매해 환영받지 못한 자리였지만 국민의당은 올해도 어김없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헌화했다. 친노는 엄연히 진보진영의 한축인데다, 진보진영에 몸 담고 있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동철 권한대행은 이날 추도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울컥할 수밖에 없다"며 "서거를 추모하는 자리에서도 고귀한 정신을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김 권한대행은 "노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구현하시기 위해 노력해 온 분"이라며 "그와 같은 정신은 시대를 넘어 앞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고귀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은 추모객들은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지켜봤다. 특히 안 전 대표 주변으로 많은 시민들이 몰려 그와 악수하고 인증사진을 찍는 장면도 연출됐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가 행사장에 참석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도 추도식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은 살아계시고 봉하는 감동이었다"며 "많은 추모객들이 반겨주셨고 격려도, 몇 분은 문재인 대통령 도와달라고 부탁도 하셨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 무대 우측에 마련된 귀빈석에는 여야 의원들이 정당 구분 없이 함께 뒤섞여 앉으며 모처럼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추도식을 지켜본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 의원들은 행사가 끝난 뒤 다같이 묘역으로 이동해 노 전 대통령 앞에 헌화했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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