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을 결정하기 일주일 전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공단 측에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을 유리하게 하고 삼성물산 주주의 권익은 훼손되니 반대해야 한다"고 권고한 보고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CGS가 이런 내용으로 작성한 '국내 상장회사 의안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CGS는 기업지배구조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와 연구, 조사를 수행하는 사단법인으로 기업의 경영투명성 제고와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특검에 따르면 CGS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2015년 7월10일보다 일주일 전인 7월3일 공단 책임투자팀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 주주 권익이 훼손될 것"이라며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이날 특검이 공개한 보고서에서 CGS는 "합병 논의 시점부터 결의까지 한 달이 안 되는 기간 안에 결정이 이뤄져 양사의 주주가치를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었는지 의문시된다"며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관련 고려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사의 합병이 이뤄지면 지배주주 일가인 이 부회장은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 4.06%(종가기준 7조6557억원)를 간접적으로 확보하게 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높이게 된다"며 "합병의 목적은 양사의 시너지보다는 경영권 승계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당시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윤모 팀장은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부회장은 양사가 합병하지 않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삼성전자의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7조6557억원을 추가로 투입했어야 했느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윤 팀장은 "합병의 실제 목적은 이 부회장이 그런 추가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봤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굳이 합병하지 않아도 협력을 통해 양사가 기대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일자별 주가변동을 살펴보니 최근 5년 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가장 낮은 시점에서 (1:0.35의) 합병비율이 결정됐다"며 "삼성물산 주주에게 가장 불리한 시점에서 합병비율이 결정됐고 자산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삼성물산 주주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특검은 삼성 측이 양사의 합병으로 기존의 순환출자가 강화되는 것을 인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여기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도 공개했다.

CGS 측이 '합병 후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특이사항이 있느냐'고 지적하자 삼성물산 측은 답변서를 통해 "신규 순환출자 및 기존 출자를 강화하는 고리가 생성된다"며 "향후 공정위와 협의 예정이며 합병에 따른 특례로 처리할 예정이라 문제없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계열사 두 회사가 거래를 하면 비용이 들고 법적 부담도 있어 합병을 통해 이를 내재화하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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