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단독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와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8.3.25/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의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된 것으로 알려진 한·UAE간 비공개 군사 양해각서(MOU)를 둘러싼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언급을 해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25일) 모하메드 왕세제와 가진 단독정상회담에서 "지난번 잡음이 일기는 했지만, 두 나라 사이는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과 UAE간 국방협력 분야에 대한 공감을 얻게 됐고, 두 나라의 국방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UAE 특사방문을 기점으로 비공개 군사 MOU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마무리 짓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모하메드 왕세제가 문 대통령의 '잡음' 발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모하메드 왕세제가 확대정상회담 당시 모두발언을 통해 "양국간의 관계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이미 매우 강력하고 특별하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사실상 해당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데 문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읽힌다.

양 정상이 앞으로 두 나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 어려움이 생길 경우, 특사 교환방문을 했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당일 저녁 열린 재UAE 동포간담회에서 "최근 우리와 UAE 사이에 관련된 뉴스들이 많았다. 왜곡된 보도들이 많아 혹시나 현지 동포 여러분들이 불안해하지 않으실까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두 나라 사이의 우정을 걱정 안하셔도 된다"며 "양국 간의 특사가 오가고, 제가 올해 첫 해외순방지로 UAE를 선택했을 만큼 두 나라 관계는 특별하고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UAE에게 동아시아 최고의 협력 파트너이고, UAE는 한국에게 중동지역 최고의 협력 파트너다. 지난 일로 양국은 더욱 신뢰하는 관계가 됐다"면서 "양국은 이제 '아크부대'의 이름처럼 100년을 내다보는 진정한 형제국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비공개 군사 MOU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12월 임 실장이 갑작스럽게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청와대는 해외에 파병된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의 방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임 실장이 모하메드 왕세제를 만난 자리에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인 칼둔 칼행정청장이 배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야권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 시절 UAE로부터 수주한 원전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공세를 펴자, "양국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것"이라거나 "박근혜 정부 들어 소원해진 관계의 복원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비공개 군사 MOU 체결 사실을 주장하면서 해당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9일 모하메드 왕세제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한 칼둔 행정청장을 만난 데 이어 이튿날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나 MOU 속에 흠결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UAE와 수정·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비공개 MOU 존재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비공개 군사 MOU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보단 큰 틀에서 국방협력이 양국관계 발전에 있어 핵심요소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방협력 관계를 증진시켜 나가자'는 수준의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가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국방 2+2 차관급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협의체에서 비공개 군사 MOU 문제의 세부협의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군사 MOU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등 '디테일'에 대한 문제가 존재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수그러들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양국 정상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양국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어려움이 생길 경우 임종석-칼둔 라인을 통해 해결하기로 뜻을 모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이다. 

협의체 관련 합의는 비공개 군사 MOU에 대한 세부 협의 도중 양국간 이견으로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엔 임 실장과 칼둔 청장간 라인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를 거꾸로 보면 군사 MOU 문제를 푸는 과정에 여러 가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협정 개정 작업이 끝난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언급을 피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군사 MOU 문제가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협의체 신설 여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당초 청와대가 배포한 사전 보도자료엔 협의체 신설도 합의사항으로 포함돼 있었지만, 청와대가 전한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해당 내용은 빠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아마 단독회담에서 (협의체 신설에 대한) 논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만 언급한 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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