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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의 풍수] 함께 어울려 사는 ‘비보풍수’가 우리의 정서

지난겨울 잠시 짬을 내 홍콩을 방문했었다. 저녁 무렵 관광객에게 인기 있다는 빅버스를 타고 시내 관광을 하게 됐다. 탑승객에게 제공된 헤드폰에서는 각국의 언어로 홍콩의 역사와 유명한 건물을 소개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야경을 보느라 헤드폰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때 내 귀를 사로잡은 것이 홍콩의 빌딩과 건물들에 담긴 풍수 설명이었다. 가는 곳 마다 풍수이야기가 계속됐다. 홍콩이 풍수의 전시장이라더니 실감하게 됐다.

홍콩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와 한자문화권에는 풍수가 발달돼있다. 동양의 풍수는 홍콩의 중국 반환이후에 홍콩을 떠나는 사람을 따라 서양으로 진출했다. 미국 영국 그 밖의 유럽국가에 전파돼 지금은 서구인들의 고급문화로도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풍수는 신라 고려 조선을 이어오며 꽃을 피우다가 조선후기부터 쇠퇴해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명맥이 사라졌다. 지금은 미신 또는 신비한 학문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간혹 시골에 가면 묏자리를 본다던가 집터를 보는데 풍수를 사용한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의 조상 묘가 어떻고 사는 곳이 어떻다 하는 풍수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홍콩처럼 자랑스럽게 홍보할 일은 아닌 것이 우리의 정서다. 배산임수의 터에 명당이 아닌 마을이 없는 우리나라인데 어쩌다보니 풍수는 실생활에서 멀어져버렸다.

풍수는 동양철학인 음양오행에 기초를 하고 있어 음택과 양택으로 나뉘는데 음택은 돌아가서 사는 집이고 양택은 살아서 사는 집이다. 홍콩등 대부분 국가에서 유행하는 풍수는 양택풍수다. 반면 우리나라는 양택풍수보다는 음택풍수를 선호한다.

풍수 선호의 문제는 각국의 장묘 문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장묘문화도 변했기 때문에 음택풍수의 활용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풍수의 꽃은 음택풍수이고 전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고수들이 포진한 한국의 풍수계로서는 조금 아쉬운 일이다. 고인돌이라던가 삼국시대부터 조선으로 내려오는 왕능을 답사하며 음택명당의 기운을 느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풍수에는 음택과 양택풍수와 함께 비보풍수(裨補風水)라는 것이 있다. 허약한 땅은 보하고 거친 땅은 설기해서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우리만의 풍수방법이다. 신라의 고승이신 도선국사로부터 계승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이 비보풍수가 우리풍수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산이 많은 만큼 산 안에 절도 많은데 오래된 절들의 기능이 대부분 마을을 보호하거나 나라를 수호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그밖에도 바람이 들고나는 마을입구에 숲을 조성한다던가 장승을 세우고 솟대를 설치하는 것도 비보풍수라고 할 수 있다.

비보풍수에는 애민이라고도 할 수 있고 이 땅에 나고 자란 나무 한 구루 바위하나도 소중하게 여기는 애정이 들어있다. 중화권의 풍수는 좋고 나쁨이 딱 정해져있지만 우리의 풍수에는 좋은 터는 좋은 데로 나쁜 터는 다듬어 함께 어울려 잘살고자하는 따듯한 정서가 담겨있다.

언제부터인지 이분법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좌우로 사회가 나뉘어 교집합이 없어 보인다. 지난 긴 세월동안 우리 것을 잊고 외래문화에 젖어 살아 그런지도 모른다. 허나 동양철학에도 서양철학에도 나쁜 것은 나쁜 것, 좋은 것은 좋은 것처럼 가부가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 나쁜 것도 좋게 다듬어 사는 비보풍수의 정서가 있듯이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같이 어울려 어께동무하고 함께 사는 세 박자 세상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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