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견 의류업체인 A사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던 이강석씨(가명·29)는 포괄임금제로 맺은 고용 계약 때문에 이미 퇴사한 이전 회사와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회사를 퇴직하면서 재직 기간 추가 근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애초에 계약을 할 당시 초과근무 수당이 포함된 '포괄임금제'로 계약을 했다며 수당 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포괄임금제란 연장·야간근로 등 근무시간 외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것으로 초과근무가 이미 예정돼 있으나 근무 시간이 불규칙적인 사업장에서 수당 지급의 편의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를 통해 노동자와 계약을 한 회사들이 이를 악용해 상습적으로 야근을 시키거나 법정근무시간을 초과할 정도로 노동자들을 혹사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됐다.   

회사가 수당을 주지 않자 강석씨는 지역 노동청에 초과 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신고를 했고 이를 조사한 노동청은 회사 측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했다. 

이씨는 출근기록부를 근거로 지난 2014년 8월부터 2년4개월 간 일을 하면서 연봉계약에 포함된 시간 외에 매일 3~4시간씩 초과근무를 했다며 18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오히려 이씨가 회사에 출근기록부를 훔쳐서 증거로 제출했다며 경찰에 절도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포괄임금제를 악용하는 회사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비단 이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지난해까지 의류 무역 업체에서 근무했던 이민석씨(가명·29)도 하루 15시간 넘게 계속되는 격무에 시달리다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민석씨는 "회사가 야근 수당은 연봉에 포함된다고 말했고 회사 내에서는 아무리 근무시간이 길어져도 불평을 하거나 수당을 요구하지 못했다"며 "동기 중에는 출근을 해서 그날 퇴근하지 못하고 날을 넘겨 새벽에 퇴근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직장인들의 과로사 판정기준이 주당 60시간 근로임에도 민석씨는 주당 70시간을 훌쩍 뛰어 넘는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했다. 또 아무리 포괄임금제라고 하지만 법정 근무시간을 넘겨 일을 시키는 것은 불법임에도 '관행'이라는 말에 이를 그냥 참아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민석씨는 의류업계에서 성공해 보겠다는 꿈을 접었다. 

실제 포괄임금제를 채택한 회사의 근무시간이 일하는 만큼 수당을 지급하는 회사에 비해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00인 이상 사업장 206곳의 인사담당자와 사무직 노동자 6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무직 근로시간 실태와 포괄임금제 개선방안'을 보면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노동자의 월 초과근로시간은 13시간9분으로 그렇지 않은 노동자의 초과근로시간(10시간43분)보다 3시간가량 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공약 중 하나로 초과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포괄임금제 계약에 대한 규제를 약속한 바 있다. 

이관순 노무사는 "장시간 연장 근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수당을 주지 않거나 초과근무를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사업장에서도 포괄임금제를 이유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이런 부분을 개선해 노동시간을 줄어나가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해석했다. 

또한 이 노무사는 포괄임금제 개선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일자리 나누기 효과가 나타나고 그에 따라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포괄임금제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관행은 정부가 행정적인 지침만 명확하게 세운다면 법을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손쉽게 시정될 수 있는 문제"라며 "근로 감독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행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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