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이어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는 악명 높은 미국계 헤지펀드다. 폴 싱어 회장이 1977년 설립한 엘리엇은 자본금 130만달러로 시작했다.

80년대 후반 미국 증시 폭락 이후 헤지펀드로 변모한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빚은 장본인이다. 엘리엇이 삼성에 이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개입 의사를 밝히자 시장에 긴장감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엘리엇의 악명이 자자하다는 뜻이다.

◇ 삼성과 공격 수위 다르지만, 엘리엇 언급에 산업계 '긴장'

4일 현대차그룹에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된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엘리엇은 벌처펀드로 불린다. 썩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에 비유한 것으로 2015년과 2016년에는 삼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엘리엇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을 정면에서 공격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합병 가액이 지나치게 낮다며 각종 소송과 주주총회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후에도 공격은 계속됐다. 2016년엔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과 30조원 규모의 특별 배당 등을 요구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공격 수위가 다소 낮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방안이 나오기 무섭게 또 국내 기업을 먹잇감으로 골랐다. 엘리엇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이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재편이 진행 중인 국내 대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이유는 그만큼 수익이 남는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건을 놓고 입장을 발표한 것은 원천 반대보다는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려는 노림수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지배구조 재편 방안을 대폭 수정하거나 철회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을 이용해 압박에 나서면 배당 확대는 물론 사외이사 선임에 따른 경영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경우 엘리엇은 실리를 얻고 지배구조 관련주인 현대모비스의 지분 프리미엄까지 챙기는 일거양득을 기대할 수 있다. 남는 장사만 한다는 엘리엇의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 국가 위기 이용해 막대한 이익, 직원 보상금 깎아 수익까지 '악명'

엘리엇은 위기에 처한 국가나 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현대차 지배구조 재편 무산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악명 높은 헤지펀드 개입이 산업계 입장에서 달갑지만은 않다.

엘리엇은 아르헨티나나 페루, 콩고 등 개발도상국의 국채를 헐값에 인수한 뒤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이익을 취한 바 있다. 2008년 액면가 13억3000만달러의 아르헨티나 부실 국채를 사들인 엘리엇은 현지 정부의 채무조정을 거부하며 국가 부도 사태를 빚은 주인공이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조정 요청을 거부하고 채권 원리금과 이자를 모두 갚으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 이는 폴 싱어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페루, 콩고, 그리스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수익을 남기기 위해선 도덕성도 제쳐둔다. 2005년 미국 석면회사 오웬스코닝은 직원 일부가 석면 흡입으로 사망하면서 막대한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엘리엇은 파산을 맞은 오웬스코닝을 헐값에 사들인 뒤 종업원들에게 지급할 보상금을 대폭 깎았다. 덕분에 오웬스코닝 기업가치는 급상승했고 엘리엇은 10억달러에 달하는 이윤을 챙겼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지만 악명 높은 헤지펀드가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긴장감이 감도는 일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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