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 모여 정례회동 전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 News1

헌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투표법이 개헌 정국의 복병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여야의 개헌 협상이 타결돼 개헌안이 국회문턱을 넘더라도 국민투표법의 개정 없이는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7월 '주민등록이 되어 있거나' '국내거소(임시거주) 신고가 되어 있는' 사람만 투표하도록 한정한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이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효력 유지 시한을 2015년 12월 말까지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는 개정 시한인 2015년 12월 말을 넘겼고, 해당 조항은 2016년 1월부터 효력을 상실한 상태다. 관련 입법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지만, 국회는 그동안 국민투표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법 개정을 미뤄왔다.

게다가 지난달 26일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면서 여야가 4월 임시국회에서 개헌 협상과 동시에 '국민투표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함께 진행해야 하지만 방송법과 공수처 설치 법안을 둘러싼 이견으로 의사일정에 합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청와대는 4일 "국민투표법을 위헌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국회를 향해 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하면서 이번 주 내에 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통령의 서한을 국회에 보낼 계획임을 밝혔다.

오는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국민투표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경우를 대비해 국회가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법안을 정비하는게 국회의 의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야당은 이날 청와대의 국민투표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은 사실상 '대통령 개헌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국민투표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하지만 국회에서 개헌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이와 함께 살펴보면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결국 개헌을 위한 선행조건으로 국민투표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입장과 개헌 협상 진행과정을 보면서 해도 늦지 않다는 야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당분간 이 문제를 놓고도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정치권의 이러한 공방 속에 국민투표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만약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안정적인 투표 관리를 위해서는 선거 50~60일 전에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재외국민의 신고·신청 및 명부 작성을 위해 또 재외국민 투표는 본 투표보다 2주 전에 실시하기 때문에 최소 50~60일 전에 법 개정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투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외국민의 신고·신청 및 명부 작성이 끝나야 국내 투표인 명부를 작성하는데 그런 절차를 고려하면 50~60일 정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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