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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경 칼럼] 판문점 선언, 벌써 사라졌나?북한 탓, 미국 핑계 이전에 <판문점 선언> 이행이 우선돼야
한수경 박사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열린 4.27 남북정상회담은 세계언론과 시민들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상상을 뛰어넘는 극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며 지켜보는 초긴장 상황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군사분계선 사이로 악수하는 첫 순간부터 환송공연 이후 다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향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 장면도 버릴 것이 없는 감격적인 정상회담이었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의 이 남북정상회담은 세계 어디에도 없었던 정치이벤트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가장 적대적인 분단된 남과 북의 두 정상들이 가장 평화롭게 진행한 12시간 대장정의 이 정상회담은 세계 정치사에 남을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임에 틀림없다.  

세계의 분쟁지역 사람들에겐 한반도의 이 평화적 남북정상회담이 새로운 분쟁해결을 위한 모범적 사례로 거론될 정도로 희망적 사건이며, 한반도를 향해 세계 곳곳에서 환영과 축하 메시지가 터져 나왔다. 동서냉전이 끝나고 거의 30년이 흘러간 현재까지 냉전의 잔재인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싸웠던 남과 북이 종전과 평화체제를 향한 합의에 서명했다. 앞으로 열릴 북미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이행에 중요한 변수가 됨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문점 선언>으로 최소한 남과 북이 서로에게 겨눈 무기를 내려놓기로 한 ‘실질적 종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선제적으로 여러 조치를 취했다. 먼저 평양 표준시를 서울시에 맞춤으로써 남북의 30분 시간차를 통일시켰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북한은 일제 강점기 이후 써왔던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일본 동경시를 한반도 중앙을 지나는 동경 127.5도인 평양시로 변경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의 표준시간을 빼앗았다”는 배경설명과 함께 찾아왔던 이 한반도 시간을 북한이 다시 되돌린 것이다. 동경시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부끄러운 남한의 시간에 북한은 그 강한 자존심도 버리고, 또 시간변경이 가져올 대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표준시를 양보했다. 사실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 표준시를 평양시에 맞추는 것이 일제식민잔재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더 합당하다.        

또한 선언문에서 약속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을 남한과 함께 북한도 동시적으로 중단하고 확성기 시설을 철거했다. 그리고 북미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억류되었던 미국인 3명을 북한을 재방문한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을 통해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 억류자 귀환 이벤트 쇼’를 위한 배려이자, 북미관계 개선 의지의 표명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공개 폐기를 결정하고,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의 방송과 통신사 기자들을 초청한 상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이미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이 이렇게 선제적 조치를 취하며 성의를 보이는 반면에, 남한과 미국은 그 동안 무엇을 했는가? 미국은 차치하더라도 문 정부가 실행한 노력은 무엇인가?

<판문점 선언> 둘째 조항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육·해·공 모든 공간, 그리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적대행위 중지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①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 (<판문점 선언> 중에서)  

북한과는 달리 남한이 <판문점 선언> 내용을 실질적으로 이행한 것은 고작 남북이 함께한 5월 1일 대북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가 전부다. 탈북 및 극우 단체들의 대북삐라 살포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이들의 행태가 북한을 자극해 결국 군사분계선 근처에 살고 있는 파주와 김포 주민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되고, 따라서 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더구나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변함없이 ‘북한의 비핵화’만을 반복해 외치며, 상호적 관계가 아닌 북의 일방적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덧 <판문점 선언>에 따른 상호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는 사라지고, 남한은 미국 강경파의 의도에 따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넘어 ‘영원한 비핵화(PVID)‘와 ‘무조건적인 북의 완전무장해제’를 압박해 왔다. 미국은 아예 북한의 백기투항은 물론 속옷 벗고 내장까지 내보이라며 ‘승전국 행세’를 하고 있다.       

한번 묻자! 북한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패전국인가?

특히 이번 남북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 문제로 드러난 ‘맥스선더(Max Thunder)' 한·미 공군 연합훈련의 경우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남북 합의사항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상호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한 사항을 문 정부가 벌써 깼으니 말이다. 즉, 군사적 적대행위에 대한 자제와 축소는커녕 기존보다 더욱 강도 높은 실제적 전시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군의 B-52전략핵폭격기와 F-22스텔스전투기 동원은 북한을 더욱 자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맥스선더 훈련은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으로, 작전계획 시행이나 공격훈련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일각에선 김정은 위원장이 연례적인 한미연합훈련은 이해했는데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  

한편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Spiegel)의 ‘맥스선더’ 한·미 공군연합훈련 관계자 인터뷰를 살펴보면 결코 ‘예년수준’이 아니다. ‘맥스선더’ 훈련에 참여한 한국 측의 이범철 대령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실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본 훈련을 통해서 평시에는 전쟁을 억제하고 적의 도발의지를 분쇄하며, 유사시에는 강력한 에어 파워(air power)로…” 이렇게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전투기조종사는 미국과 한국은 아주 실제적인 전투상황을 가정해 훈련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북의 입장에선 남한이 미국과 예방전쟁준비를 하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얻어낸 <판문점 선언> 이후 더 강력해진 북한을 향한 적대적 군사훈련을 어떻게 상호 군사적 긴장완화의 노력으로 볼 수 있겠는가?

문 정부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볼턴과 같은 미국 강경파들의 눈치를 살피고, 북한의 불만을 단지 ‘생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남한이 참여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적극적인 수위조절을 해야 한다. 또한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 통제권을 벗어나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가 없고, 미국의 이익에 더 충실하다면 장관직을 내려 놓도록 결단해야 한다.     

수많은 시민들이 남북화해의 평화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판문점 회담의 상징음식이 된 평양냉면을 즐기고, 회담장소인 판문점 근처 임진각을 찾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애절하게 기원하고 있다. 특히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회담이 부디 성공적 결과를 맺어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개인의 인기도가 아니라, 남북의 적대적 관계 개선의 결과이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다. 따라서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노력을 외면하고, 북미회담 결과에만 한반도 운명을 내맡길 것이 아니라, 문 정부 스스로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진정성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판문점 선언>이 단지 '선언'에 불과하지 않길 바란다!  

한수경  skhan98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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