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News1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남북 군사합의서에 담긴 군사분계선(MDL)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북한에 이로운 것'이라면서, 비무장지대(DMZ) 일대 미-한 연합군의 전투력과 방위태세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3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한국 측 결정을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군 당국도 우려할 일"이라며 "한미 연합군의 군사력과 방위태세를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MDL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 DMZ 인근에서 실시돼온 한미 연합공군훈련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북한군을 방어하기 위한 한미 연합군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맥스웰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해 DMZ 일대 북측 활동에 대한 한미 간 정보∙감시정찰(IRS) 역량도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북한은 한미 연합군과 동일한 수준의 IRS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쪽은 미국과 한국 군"이라고 덧붙였다.

랄프 코사 태평양포럼 소장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DMZ 일대 북한 측 움직임을 감시하는 한국과 미국 IRS 활동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 미국의 첫 번째 우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여전히 한국과 방위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이런 미군 역량에 변화를 주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문제는 양국의 긴밀한 사전 조율을 거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한국 정부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만약 판문점 인근에서 미군이 부상을 당했을 경우 구조 작업을 위해 즉각 헬기를 띄워야 하는데,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해 이런 활동조차 제약을 받게 된다는 것. 따라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안보뿐 아니라 이런 의료 관련 사안도 간과한 합의라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남북 군사합의서에 담긴 DMZ 내 감시초소(GP) 철수도 미국의 우려를 산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 잠입 목적의 특수부대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DMZ 내 GP 철수 시 무인항공기나 무인정찰기(드론), 또는 헬기를 이용해 북한 측 움직임을 감시해야 하는데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 드론을 저고도로 띄우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스웰 연구원은 약 2주 후에 열리는 한미 안보군사협의회의에 이어 한미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하는 2+2 회담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 문제가 세부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이 문제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미치길 원하지 않고 협상 과정이 지속되길 원하기 때문에 결국 남북 군사합의서 이행을 준수하기로 합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미 당국은 남북 군사합의서 이행을 약속하면서도 이로 인해 한국의 방위가 약화되고 한국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점만큼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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