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낙회 전 관세청장의 부당한 지시로 서울 시내면세점 '3차 대전'이 열려 4곳(대기업3·중견1)이 추가로 선정됐다는 부분이 확인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수사에서 '3차 추가 특허발급' 자체가 위법 사항이라고 판단되면 올해 초 재개장한 롯데월드타워점과 오픈을 준비 중인 강남 지역 신세계·현대면세점 포함해 모두 5개 면세특허(대기업)가 취소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세계·현대면세점은 강남점 오픈을 위해 계속 준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기업은 중국당국의 사드보복 여파에 개점 시점 연기를 요청하면서도 수백억원대 출자를 받고 수백명 인력을 채용하며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사드여파'에 이미 개점연기 요청…엎친 데 덮친 '후폭풍'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면세점 3차 대전에서 승리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 △탑시티(중소·중견기업) 등은 현재 영업 개시일을 늦춰줄 것을 관세청에 건의한 상태다.

관세청 관계자는 "업체들로부터 개점 연기신청서를 지난 5월 중순 받았다"며 "영업개시일을 연기할지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결정하기 위한 특허심사위원회 일정은 확정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관세청은 면세점 특허 조작과 관련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만 3차 신규면세점 오픈은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향후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1,2차 심사에서 부정하게 특허를 따간 것으로 확인된 한화·두산은 물론 3차 심사에서 승리한 롯데·신세계디에프·현대면세점 등 5개 대기업 특허가 모두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3차 특허심사 과정도 감사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당은 이번 관세청 점수조작을 '최순실 국정농단'의 연장선으로 보고 국정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관세청이 지난해 4개 시내면세점을 추가 할 당시 신규특허발급 근거가 없어 공고를 낼 수 없다는 점을 검토하고도 전 관세청장의 지시로 관련 보고서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관세청이 지난해 추가발급 가능한 특허 수는 최대 1개임에도 기재부가 요청한 4개를 산출하려는 목적으로 기초 자료를 왜곡한 점도 드러났다.

◇관세법 '부정취득 특허는 즉각 취소'…3차 신규특허는?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3차 추가선정은 2016년 1월 박 전 대통령이 기획재정부에 면세점을 늘릴 것을 지시하면서 추진됐다. 검찰도 롯데·SK 등 기업들이 특허 추가 과정에서의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 점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종로구 모처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롯데가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 상황을 챙기라는 지시를 받았고 지난해 5월25일부터 31일 사이에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측에 송금한 점을 확인했다.

관세법 제178조 제2항에는 운영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세관장은 특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세청의 개입으로 발급된 3차 신규특허의 취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향후 검찰이 롯데가 추가 출연한 재단 기금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재취득의 연관성 여부를 어떻게 밝히느냐에 따라 모두 3차(4개) 신규특허 운명을 가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롯데 월드타워점 신세계 센트럴시티점, 현대 무역센터점

◇신세계·현대면세점 "동요없이 상황보며 오픈 준비 계속"

3차 대전에 뛰어들었다가 불똥을 맞게 된 신세계·현대면세점은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며 신규면세점 오픈 준비를 계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세계디에프는 1,2차 심사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기업으로 지명되지 않아 각종 의혹에서 조금 빗겨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감사결과에 동요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 강남점 오픈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인 신세계디에프에 400억원 규모 출자를 결정했다. 출자목적은 신규면세점 투자다. 이를 바탕으로 신세계디에프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과 강남점 신규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지난 3월 황해연 현대백화점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오픈 준비 자금을 확보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면세점 인력 150여명을 채용하는 등 차근차근 오픈을 준비 중"이라며 "또 감사결과와 별개로 중국 사드 여파에 관세청이 신규 면세점 개장 연기를 추진하고 있어 개점 시점은 관세청 결정에 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울시내 면세점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특수가 사라지면서 승자의 저주가 예고되는 만큼 감사·수사 결과에 따른 특허 취소와 별개로 13개로 늘어난 면세 특허를 다시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지적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감사원 발표 후폭풍으로 면세점 업계의 구조개혁이 앞당겨질 수 있어 보인다"며 "경쟁에 따른 손실액을 따지자면 면세기업 모두가 수천억원대 손실을 보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뉴스1  webmaster@newstour.kr

<저작권자 © 뉴스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