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취임 첫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과 협력을 하되 역사 문제에 있어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우리는 한일관계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며 대일(對日) 메시지의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도 이제 양자관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과거사와 역사문제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발목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간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대일 메시지에는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외교·안보 현안을 분리하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 전반적으로 잘 담겼다는 평이다.

실제 앞서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셔틀외교' 복원도 경축사에 다시금 거론됐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북핵문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등을 앞부분에 얘기한 것은 한일관계를 협력해 역사문제도 풀어가겠다는 것"이라면서 "톤 다운을 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우리 국민 대다수와 피해자들이 (위안부 합의를)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도 공식 출범한 만큼 이같은 문제가 경축사에서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위안부 합의 문제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진 소장은 "위안부 합의를 얘기하면 끝이 없다"며 "한일관계는 협력모드로 가고, 이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진구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교수는 경축사에 담긴 대일 메시지에 아쉬움을 표했다.

조 교수는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인식의 부침에 있다'는 부분이 일본측에서 그간 주장한 것과 다를 바 없어, 일본과 한국이 같은 주장을 주고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측이 2015년 12월 타결된 위안부 합의에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이 이번 경축사에서 내놓을 메시지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을 받는 한일 관계의 새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만큼 일본 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한편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위안부 합의가 빠진 한 줄짜리 대일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그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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