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보수대통합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일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9명이 탈당을 공식 선언하며 국회 내 정당 간 힘의 역학 구조가 재편된 데 따른 것이다.

통합파 의원들이 오는 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 바른정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이는 그동안 민주당이 각종 개혁 입법, 예산안 처리를 위해 추진했던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그동안 합리적 보수 세력을 자처하는 바른정당과 '협력적 관계'를 설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왔다.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적폐청산 프레임 확대를 시도한 것 역시 결국 바른정당과의 공통분모를 확대, 반(反) 한국당 전선을 구축한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즉 '한국당 고립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날 김무성, 이종구, 김영우, 강길부, 김용태, 홍철호, 황영철, 정양석, 주호영 등 9명이 한국당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통합성명서를 발표하며 국회 내 원내 교섭단체는 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3당 체제로 재편됐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번 보수대통합으로 향후 입법·예산 국회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개혁 입법, 예산안 통과를 관철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달갑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으로 예산 국회가 새로운 형국을 맞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공학적 발상이다. 결국 처음부터 (적폐청산에 대한)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들처럼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며 "원칙을 가지고 국민과 함께 예산 정국을 돌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생을 기치로 여론전을 벌여 입법·예산안 처리에 필요한 동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국정 주도의 당위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번 탈당사태로 한국당의 의석이 107석에서 116석으로 늘어났다는 점은 향후 민주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몸집이 커지며 각 당들이 자신들의 당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민주당이 아닌 한국당을 정치 협상 파트너로 선택할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회 내 정당 간 힘의 역학구조가 변화하며 정치적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들어 국회 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 역시 민주당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대여투쟁' 노선을 걸을 경우 민주당이 추진하는 각종 개혁 입법·예산 통과는 불투명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국민의당의 대여투쟁을 막을 정치적 지렛대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원내에서 국민의당의 입지가 더욱 공고화 된다는 의미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지역민심을 의식, 민주당에 협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원내 핵심관계자는 "국민의당의 지역기반이 호남인만큼, 한국당과 모든 사안에서 같은 입장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혁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정당인 만큼 정체성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의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개혁 대 반(反)개혁 프레임을 내세워 국민의당을 압박할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면에서는 국민의당 포섭을 위해 치열한 작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는 "개별 의원들을 대상으로도 설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라며 "이번 입법, 예산안의 필요성에 대해 원칙을 가지고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 예산 등을 고리로 국민의당 내 호남계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바른정당 김무성 등 '통합파'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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