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동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7.11.12

이명박 전 대통령(75)은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2012년 대선과 친정부·반야권 등 사이버상 정치관여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정치인이 한 말에 대해 검찰이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중동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6개월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검찰 수사가) 행해지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 풀이냐, 정치보복이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간단한 입장 표명을 한 뒤 입국장으로 들어서는 이 전 대통령에게 취재진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댓글 지시를 하지 않았느냐' '국정원 댓글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고 물었지만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 상식에 안 맞는다"고 대답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동관 전 수석은 "세상에 어떤 정부가 (정치 개입) 댓글을 달라고 지시하겠나"고 반문하며 "그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혹이 제기된) 댓글작업은 사실 북한의 심리전이 날로 강화되는 전장에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내보였다.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검찰은 말을 아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검찰의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검찰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통령의 소환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원세훈 전 원장과 국방부장관을 지낸 김관진 전 장관이 모두 구속돼 이들의 '윗선'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군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1일 군형법상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나 청와대 관계자 등의 지시 여부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검찰이 '윗선' 수사를 이어간다고 밝힌 만큼 다음 수사 대상자는 이 전 대통령만 남은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다. SNS 장악문건과 방송장악 문건 등은 청와대의 지시로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9월2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92억 뇌물' 관련 76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9.29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도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 40억원이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는 검찰은 이재만·정호성 등 '문고리 3인방'에게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같은 이유로 검찰은 이들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문고리 3인방' 외에도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이병호씨도 '청와대의 지시로 특활비를 상납하라고 재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3일 남 전 원장의 후임이자 이 전 원장의 전임자인 이병기 전 원장을 소환해 조사한다.

검찰은 특활비가 박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경위뿐만 아니라 특활비의 사용처나 방식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돈이 청와대의 합법적인 특활비와는 별개로 비밀리에 사용됐다고 보고 있다.

17·18대 전직 대통령의 조사가 불가피해진 만큼 검찰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전례에 비춰 볼 때 일반 피의자들처럼 여러 차례 소환도, 밤샘 조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검찰은 관련 의혹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관련자들로부터 혐의에 관한 사실관계를 보강한 뒤 전직 대통령의 조사 방법과 시기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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