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고르 모르굴로프 외교부 아태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발다이클럽 아시아지역 컨퍼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러시아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 중재에 나서고 있다. 

28일 외교가에 따르면 러시아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고르 모르굴로프 외교부 아태차관은 26일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27일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에 대해 논의했다. 

공교롭게도 모르굴로프 차관의 방한 기간 러시아 하원의원 대표단은 북한을 방문해 현지 인사들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는 있으나 동계 훈련 등을 계기로 추가 도발 가능성이 나오고 있으며 비핵화를 위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순방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독자 제재 방안을 발표하며 대북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한을 방문해 북핵 실마리를 풀기위한 시도를 했으나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하면서 중국을 통한 북핵 해법 모색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동안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북 영향력이 적었던 러시아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북한 측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역내 영향력을 제고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모르굴로프 차관이 지난 9월과 10월 각 두차례에 걸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과 면담한 것만 보더라도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잇딴 제재에 이어 중국과도 이전만 못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세에 몰린 만큼 상황에서 러시아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그동안 북핵 문제가 돌파구를 찾지 못했을 때 돌파구 역할을 해왔다"며 "러시아가 북한에 있어 미국과 중국 수준의 비슷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체된 상황에서 국면을 전환하는 유연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쌍중단(한미 연합훈련·북한 핵미사일 개발 중단)'론을 주장하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어내고 북핵 당사국 간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 모르굴르프 차관은 북한이 최근 2개월간 도발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쌍중단' 틀 안에서 행동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이 기간 훈련 축소 계획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또한 쌍중단 접근법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단기간 내 북핵 해법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어느정도 대북 영향력을 갖고 있고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등의 정책이 우리와 유사한 점에 비춰봤을 때 우리 정부와 밀접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러시아의 북핵 전략이 우리와 완전히 같지 않다"면서도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큰 북핵 정책에 있어서는 우리와 일치하기 때문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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