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순환출자 해석기준 변경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인수합병 관련 순환출자에 대한 기존 해석을 삼성에 추가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수정하면서 김상조호 공정위의 경제민주화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21일 공정위 기자실에서 직접 브리핑에 나선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표정은 가볍지 않았지만 이틀 전보다는 다소 밝았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기존 판단이 깊이 머리 숙여야 할 사안이었다면 이날 브리핑은 재벌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를 더욱 엄중히 다루겠다는 성과물을 가지고 나온 자리였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공정위 신뢰회복 태스크포스(TF) 구성 브리핑 당시 "과거 공정위의 잘못을 모두 책임지고 조만간 반성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던 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 서두에 "지난 6개월여 동안 저와 공정위가 이런 노력을 많이 펼쳤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2가지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문제"라고 무겁게 운을 뗐다.

특히 "내용적 완결성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도 지키지 못했던 점을 통렬하게 반성하면서 뼈를 깎는 내부혁신을 통해 공정위가 공정경제의 버팀목이 되겠다"며 깊이 반성하면서도 "2년 전 실무자들이 내린 900만주 매각이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며 공정위 직원들에 대한 확신을 보이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주요 사건 중 하나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한 공정위의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재판단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지난 8월 순환출자 변동에 대한 유권 해석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작성된 경위와 내용 등을 볼 때 삼성의 청탁이 성공했다는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으로부터는 4개월, 가이드라인 작성 당시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는 지난 10월 국정감사 지적으로부터는 2개월여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이같은 빠른 움직임은 이른바 삼성 저격수로도 불렸던 경제민주화주의자인 김 위원장이 공정위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법원의 판단이 2심이나 대법원을 통해 달라질 경우 예측가능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법원이 판단이 일부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공정위의 오늘 결정은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강한 소신을 나타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평소 소신과 새 정부의 기조에 대해 위원들은 물론 직원들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며 "국감 지적 후 신속히 이뤄진 법률전문가에 대한 자문과 전원회의 토의도 그래서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인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 관련 사안들의 조사 결과 또한 신속하게 공개되거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는 현재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하림과 대림, 미래에셋 등을 조사 중이며 롯데 등 순환출자 고리가 많은 대기업집단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는 이날 공정위의 가이드라인 개정 발표 후 "롯데그룹 내에는 새 가이드라인에 따른 새로 생겨나거나 줄어드는 순환출자 고리는 없다"며 예정대로 내년 4월까지 순환·상호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할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도 브리핑 질의응답을 통해 "롯데는 지난 5대그룹 회동 당시 남은 4개월 동안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서 순환출자를 전부 다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경제민주화 동력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뉴스1>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가이드라인 하나 개정한다고 경제민주화가 이뤄지겠느냐"며 "순서에 맞춰 꾸준하게 조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며 필요하다면 시간이 되는대로 기자실에 더 자주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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