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평양 노동당중앙위원회 청사에서 2018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언제든 누를 수 있는 '핵 단추'를 언급하며 강력한 미국 압박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며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한발 더 나아간 발언으로 핵무기 실전 배치로 이제는 미국과 동등한 입장임을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무력은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이 된다"며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간 한반도 전략폭격기, 핵항모강습단 전개 등을 이유로 미국의 전쟁도발, 침략 위협 등을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해왔으나 이날은 '절대로 전쟁을 걸어올 수 없다'며 군사적 자신감까지 내비쳤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핵무력을 기반으로 한 평화공존 추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고유한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국가로서 자신감을 보이면서 '우리도 핵무력을 가졌으니 이제는 평화적으로 공존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비핵화·핵동결·핵 프로그램 폐기 등은 너무 먼 시나리오라며 우선은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대등하게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의 이같은 신년사에 대응하는 미국의 반응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핵 단추 등으로 자신감을 보이며 미국을 '자극'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사회 일원으로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국장은 "북한이 바라는 것은 핵보유 국가로서 미국과 소련이 핵감축 협상을 진행한 것처럼 동등하게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하겠지만 미국은 북한과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패권·이념 경쟁 시기에 미국과 소련의 긴장상태 완화는 경제·외교·안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미국과 북한의 협상은 비핵화라는 전지구적 평화목표에 부합할 뿐 미국이 얻는 이익이 적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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