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3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지난 2일 우리 정부의 고위급당국간 회담 제의를 북한이 하루 만인 3일 수용하면서 남북회담 개최에 청신호가 켜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힌 후 남북은 한 곳을 바라보며 대화 테이블 마련을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는 듯하다.

통일부에 따르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조선중앙TV를 통해 평창올림픽 관련 정부의 고위급 남북당국 회담 제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리선권은 "평창올림픽경기대회 대표단 파견 문제를 포함해 해당 개최와 관련한 문제들을 남측과 제때에 연계하도록 3일 15시(우리시각 3시30분)부터 북남 사이에 판문점 연락통로를 개통하는데 대한 지시를 주셨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은 이날 오후 3시30분 판문점 연락 채널로 접촉을 시도했고 50분까지 20분 간 남북 사이의 실제 통화가 이뤄졌다. 

지난 2016년 2월 남북 간 통화 채널이 단절됐던 이후 약 2년만에 개통이 된 것이다.

북한의 움직임은 전날(2일) 우리 정부의 고위급 남북당국회담 제의에 따른 재빠른 화답이다.

우리 정부는 김정은이 '대남유화 메시지'를 담은 신년사를 발표하자 불과 28시간 만에 남북회담을 제안했고, 북한이 또 약 23시간 만에 남북 간 통신채널을 개통한 것.

이전에 꽉 막혔던 남북 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남북은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까지 '속전속결', '일사천리'로 소통을 진행했다.

오랜만에 대화의 끈을 잡게 된 남북이 다른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하기 보다 일단 대화의 동력을 계속 살려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창올림픽 개최(2월9일)가 37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림픽 안전과 흥행을 위해 북한 대표단의 참가를 조기에 확정짓고 싶은 우리 정부의 속내와 김정은 신년사 발표 이후 더 이상 남북 대화를 지체할 이유가 없는 북한의 입장이 잘 맞아 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남북 양측 모두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평창올림픽 이후로도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관계 개선을 둔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생기더라도 큰 파열음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이 대화를 복원시켜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여전히 비핵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남북이 논의를 진행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제재나 비핵화 문제 등 민감한 주제에서는 양측이 의견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섣불리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대신 평창올림픽만 생각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온다. 올림픽 이후에도 긍정적인 상황이 이어지도록 모멘텀을 살려두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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