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일부에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단장 현송월) 방남 취소에 관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0일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 계획 중지와 관련 "우리 측은 오전 11시20분쯤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남북 고위급 회담 수석대표 명의 전통문을 보내 북측이 점검단 파견을 중지한 사유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한의 예술단 사전점검 방남 취소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이같이 전했다. 통일부 장관이 토요일에 직접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발표한 것은 현 상황을 신속히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우리 측은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 방문과 활동에 대한 준비가 다 돼있는 만큼 남북이 일정을 다시 협의해 이행해 나가면 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통보한 금강산 지역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장 남북스키선수 공동훈련을 위한 사전점검단 파견도 양측이 합의한대로 이행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0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통일부에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단장 현송월) 방남 취소에 관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1.20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측의 갑작스러운 파견 중지 통보 이유에 관해 "우리측 판문점 연락관이 개시통화를 하면서 북측 연락관에게 이유를 문의했으나 별 언급이 없었다"며 "현재까진 북한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정부는 섣부른 예단보다 차분하게 지켜보며 대응해가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며 판문점 남북채널이 정상가동되고 있고, 전날부터 스위스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관으로 북한 평창올림픽 참가 논의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 세 차례 남북회담 과정에서 북측이 어떤 대가를 얻어내려 한다든가 장애를 조성하려 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정부는 현 시점에서 마음을 모아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개최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모처럼 조성된 계기를 활용해 공동번영의 미래를 만드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내 언론을 향한 당부를 전했다. 북한의 파견 중지에 국내 언론 보도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같은 당국자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과도하게 추측성, 비판적 보도를 한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북측은 우리 언론보도에 때때로 불편한 반응을 강하게 보여왔다"고 밝혔다. 남북 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북측 단장인 리선권이 보인 반응을 예로 들기도 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8.1.9

그는 "현 시점에선 스포츠를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올림픽 기본정신으로 돌아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마음으로 돌아가 대승적 차원에서 북한 대표단 참가 문제를 보고 우리 언론에서도 평화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비판적인 국내 여론 및 언론 보도를 겨냥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의 파견 중지를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발로 인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그런 의도라고 판단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차제에 그런 부분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측면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유감 표명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 부분들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입장 발표에 정작 파견 통보 11시간만에 이유도 알리지 않고 파견을 중지한 북측에 대한 유감 표명은 빠진 것이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남북 상호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뤄내겠다는 게 분명한 원칙"라며 "제기되는 여러 우려를 충분히 감안해 평창올림픽 북한 대표단 참가와 관련해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잘 준비해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우리가 북한 주민을 따뜻한 동포애로 맞이해 한국사회의 넓은 포용력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당국자는 북측이 전날 파견과 관련한 전통문을 보낸 이후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채널 개시통화 때까지는 전통문이 오고가지 않았으며, 우리 측이 보낸 파견 통지에 대해서도 답이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 판단을 묻는 질문에는 "북한이 취소한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지금 '예단할 수 없다'가 솔직한 판단"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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