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방송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보도하면서 발사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NHK 캡처)

미국의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이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나온 반응이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의원들의 요구는 '태평스럽다'고도 느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 발표하지 않았다. 또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 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이 사람은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며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이런 상황을 더 오래 견뎌야 한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취해 이 말도 안 되는 일(난센스)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반응은 양당 의원들과 아태 지역 안보 전문가들의 성에 차지 않았다. 이들은 백악관에 더욱 강력한 반응을 요구했다. 실질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상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의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간사(매사추세츠)는 "모호한 트위터 엄포 대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직접 외교 그리고 중국으로부터의 강화된 경제 제재 압박이라는 일관된 전략을 갖고 북한의 위험한 시험발사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추가 시험 발사할 때마다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까워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상원 군사위 전략군 소위의 공화당 소속 뎁 피셔 의원(공화·네브라스카) 역시 "우리는 북한과 후원국 중국과 러시아에 보다 큰 압박을 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환상도 갖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원 외교위 소속 애덤 킨징어 의원(공화·일리노이)도 트위터에서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하원은 제재를 강화해왔다. 좋은 첫 단계였지만 더 강력한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민주·뉴욕)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추가 압박을 촉구했다. 

백악관은 미국 동맹국들과 공조를 취했는지 혹은 북한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날 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미국에 대한 위협이 새롭게 강화됐다"며 행정부는 "보다 강한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은 침묵을 지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을 통해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했다. 그러나 북한의 ICBM 발사 시험 성공과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에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4월에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북한에 대해 충분히 말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라고 밝혀 비난을 들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핵심 외교정책 참모였던 로라 로젠버거는 당시 트위터에서 "내가 한 번이라도 이렇게 썼다면 난 해고됐을 것이다. Wtf(욕설)"라고 의견을 남겼다.

전문가들도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애덤 마운트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은 "우리 동맹국들과 결의와 협의에 관해 연락을 주고받는 데에는 실질적 가치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때로는 엄포를 놓았다가 때로는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마운트 연구원은 이어 "전략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전혀 본적이 없다"며 "그들은 언급한 전략에 대해 매번 모순적 행동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지역 전문가들은 북한에 관해 중국은 미국의 동맹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등 다른 곳에서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운트 연구원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가치를 알고 있는지 확신이 안 선다"며 "우리는 장기적으로 북한을 억제하고 통제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북한에 압박을 강화하려면 파트너가 필요하다. 한국이 우선이지, 중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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