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식약처장 등 정부책임자 6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 관련 시민단체가 23일 "살충제 계란 파동을 야기하고 악화시킨 책임을 물겠다"며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전·현직 정부책임자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이 금지되었거나 엄격히 제한되어야 할 살충제·농약·발암물질이 온 국민의 핵심 먹거리 계란에서 검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발장에는 류영진 처장과 김영록 장관 등 현직 책임자뿐 아니라 김재수, 이동필 전 장관과 손문기, 김승희 전 처장 등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의 전직 장관·처장도 이름을 올렸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인 안전시스템이 무너진 상태로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혼선까지 일으키며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며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검찰이 직무유기와 식품위생법·축산물위생관리법·친환경농어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정부책임자들을 처벌해줄 것을 요구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우리는 바퀴벌레약 성분을 뿌린 계란을 먹었다"는 문구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계란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 비펜트린, 에톡사졸, 플루페녹수톤, 피리다벤, DDT 등 물질이 바퀴벌레약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대표고발인으로 나선 최 소장은 고발장을 통해 "식약처는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이 사회문제가 됐을 때 곧바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지 점검하고, 체계적인 조사와 대응으로 국민을 안심시켰어야 했다"면서 "제도도 있고 권한도 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농림식품부에 대해서는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농장의 절반을 훨씬 넘는 곳이 친환경인증을 받았고, 친환경인증농장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를 무료로 보급하기까지 했다"며 "이번 사태는 농식품부의 우왕좌왕 엉터리 행정 때문에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소장은 "수백만명이 오염된 계란을 섭취한 이번 사태는 관련 부처 간의 유기적이 협조체계는커녕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점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유사하다"며 "참담하다는 말 외에 달리 황당함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단체 회원들은 '닭머리 모형탈'과 '오염물질 계란' 등을 이용해 정부의 무능을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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