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며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7.11.1

문재인 대통령은 1일 해빙모드를 맞고 있는 한중 관계와 관련, "이제 시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오전 9시40께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비공개로 여야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전날(10월31일) 한중관계 개선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한 것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외교는 그때그때 다 보여드릴 수 없는 속성이 있다. 언제든지 물밑 노력을 다 하고 있으니 시간을 좀 주시고 기다려달라"며 "이제 6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지나면 큰 흐름이 일단락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시정연설과 관련, "지난 6월 추경 시정연설 후 4개월 만에 국회에 왔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 소회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참석한 것을 거론, "오늘은 홍 대표께서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정세균) 의장님과 총리님, 홍 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께서 해외 순방을 다녀오셨는데 기회가 되면 다녀오신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 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고용상황만 좋아지면 경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니 오늘 제출된 예산안에 대해 여야가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면서 "이 기회를 잘 살려나가면 2%대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예산안 처리에 있어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특별히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최저임금은 찬반을 넘어 이제 결정된 것"이라면서 "상당히 큰 폭의 인상인데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지, 또 고용감소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용을 유지하고 임금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결과를 얻어야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과제 해결의 바탕도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이뤄진 것이니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환담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고,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했다고 한다.  

정 의장은 한중 관계 개선 관련 발표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을 빅뉴스로 꼽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방문으로 오시고 국회에서도 연설을 하게 돼 있는데, 지혜롭게 대처하고 국가 위기극복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대통령께서 취임 후 휴식도 없이 강행군을 해오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애써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R&D와 SOC분야 예산 축소로 성장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태국에 특사로 다녀왔던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에 대해서 들쭉날쭐한 의견이 있는데, 한국의 동의없이 군사행동은 안된다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치들을 강구해달라"고 촉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한중간 관계정상화가 잘되는 분위기라 한중간 외교적 문제 뿐만아니라 북핵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도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지역의 평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이 문제가 우리 민생에도 큰 분위기 조성이 될 것이라는 덕담을 드렸다"고 전했다.

같은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임기 첫해에 두 번이나 시정연설 한 것은 처음으로 생각이 되는데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의미부여한 뒤 "시정연설을 통해 내놓게 될 내용들에 대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성과로 돌려드리는 것으로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 그리고 야당의 생각도 끌어안고 가겠다. 대통령께서도 국회의 노력을 뒷받침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 이야기가 있는데 곳간은 정치도 있고 경제도 있는 것 같다. 경제곳간을 푸는 것도 좋지만 퍼주기식은 문제가 있으니 재원대책 하에서 곳간을 풀어야 된다"면서 "또 정치곳간은 너무 옥죄는 것 같다. 초기 협치의 마음을 갖고 야당을 방문해주셨지만 현재는 협치와 너무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개헌과 선거법 개정은 미래설계의 기반이므로 매우 중요한데 제대로 진행이 될지 우려가 깊다. 대통령께서 직접 관심을 가지고 역할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원칙과 방향에는 동의하나 국회, 특히 야당과 소통하고 국민 공감대 위에서 천천히 가는게 맞다. 빠른 속도의 추진으로 또 다른 갈등의 유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권한대행은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야당일 때 주장했던 법안들 (특히) 방송법 등을 그대로 받아달라. 여당일 때 말 다르고, 야당일 때 말이 다르면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면서 "대통령께서 취임식에서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말에 참 기대를 가졌는데 국민통합에 각별히 신경써 달라. 북핵과 미사일 대응과 관련해 국민이 믿을만한 해법을 조기에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경제지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체감도"라며 "대통령께서 포용적 복지국가 구상을 밝히신 만큼 이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좀 더 과감한 복지증세가 필요하다"고 했고, 노회찬 원내대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정 대타협이 중요한데 열의와 인내심을 가지고 정부가 책임있게 주도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이날 환담회 자리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391 흥진호 나포 문제는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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