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 최순실 씨와 함께 재판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65) 사건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최순실씨(61) 사건이 오는 29일부터 함께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3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첫 공판에서 두 사건에 대해 병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서증조사를 먼저 진행한 후 29일부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 사건을 병합해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돌입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된 이후 줄곧 두 사건의 병합심리 가능성을 밝혀왔다. 그러나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이 강력 반발하는 바람에 이날 병합 결정을 내리게 됐다.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에는 두 사건의 병합이 법리적인 점에서 문제가 없고 입증할 내용이 많아 신속하고 효율적인 심리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적인 사정이 모두 고려됐다.

먼저 재판부는 법적인 측면으로 볼때 기소 주체가 다르더라도 공소사실이 같은 두 사건의 병합에는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병합 후 심리에서 법정진술 역시 증거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사동일체 원칙'이 특검에 적용되지 않으며 대립 당사자가 아닌 특검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효력이 없다"며 특검의 공소유지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검 기소사건과 일반 검사사건을 병합해 하나의 선고를 내린 사례는 여러 건 있다"면서 "병합되면 하나의 절차 안에서 심리가 이뤄지고 그 안에서 이뤄진 증거조사는 피고인 모두에 대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공소사실이 완전히 일치하는 상황에서 결국 증거가 되는 것은 소송 관계인의 질문 내용이 아닌 증인이 하는 법정진술이고 병합 후의 증인신문은 피고인 모두에게 효력을 미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병합 이후 이뤄진 증거조사만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 효력이 발생한다"면서 "최씨 뇌물사건은 심리 초기에 있고 증인신문 역시 몇 명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증 형성이 없다.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염려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재판부는 "다른 관련 사건 심리로 인한 예단을 없애고 박근혜 피고인의 주장과 입증까지 백지상태서 충분히 심리 후 결론을 내겠다"면서 "오직 헌법과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첫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부는 최씨의 직권남용 혐의와 삼성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이중기소'라 지적하는 변호인 측의 의견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 사람의 여러 행위에 대해 여러 개의 범죄가 성립하는 '실체적 경합'과, 같은 행위이지만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해 가장 무거운 형으로 처벌되는 '상상적 경합'을 모두 적용해도 이중기소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대로 실체적 경합을 적용할 경우 일반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어 이중기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상상적 경합 역시 "먼저 기소된 공소장에 누락된 것을 추가 보충하는 취지로서 1개의 죄에 대해 중복해 공소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면 공소장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전후에 기소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실체적 판단을 해야 한다"면서 "이 경우 대법원은 공소를 기각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측면도 고려했다. 공소사실이 일치하는 가운데 증인신문이 중복되면서 생기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고 피고인별로 따로 생길 수 있는 증언의 모순 등을 방지해 재판부의 원활한 심증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유감스럽지만 재판부의 결정이기 때문에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 최순실 씨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과 특검은 특검법 등 법령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추가공소 사실에 대한 부분은 검찰이, 특검이 기소한 최씨의 뇌물사건에 대해서는 특검이 공소유지를 맡을 예정이다.

특검법은 특검법에 정한 사건들에 대한 수사 및 공소유지는 특검이 담당한다고 규정한다. 특검 측은 "기소한 주체가 공소유지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병합 후 검찰과 특검 모두 출석해 공소유지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특검에서는 박충근(61·17기)·양재식(52·21기)·장성욱(51·22기) 특검보 등이 파견검사들과 함께 공소유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검찰과 특검이 검찰석에 같이 서는 진풍경이 연출될 수 있다. 특검 측은 "자리 문제는 재판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특검 모두 국정농단 사태의 정점에 서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입증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검찰과 특검이 합세한 '창'의 공격과 이를 막으려는 박 전 대통령, 최씨 측 간의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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