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의 첫 공판기일이 열린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재판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를 2분여 앞두고 대법정 문은 굳게 닫혔다.

역사적인 재판인 만큼 재판정에 있던 소송관계인들과 일반인 방청객, 취재진은 숨을 죽인 채 재판부의 등장을 기다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의 김세윤 부장판사는 "지금부터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라며 역사적인 재판의 시작을 알렸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민낯에 플라스틱 재질의 큰 핀으로 올림머리를 하고 구속 당시 입고있던 감색 정장을 입을 박 전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의 옆에 마련된 자리에 착석했다.

약 1분 후 박 전 대통령의 40년지기 최씨가 입정했다. 핑크색 자켓을 입을 최씨는 다소 불안한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두 사람은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고 의식적으로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들어서자 재판부가 사전에 허가한 취재진들은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방청객들은 큰 재판정에서 이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미어캣 모드'로 허리를 꼿곳하게 세우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피고인 직업은"이라는 질문에 당황한 기색 없이 차분하게 "무직입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최씨는 "최서원 피고인의 생년월일은"이라는 직업에 크게 울먹거려 대답을 이어가지 못했다. 재판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그제서야 "강남구 미승빌딩"이라고 간신히 현재 주소지를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의 공소사실 부인 입장을 확인하는 질문에 "예.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며 추가로 더 말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는 "추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 최순실 씨와 함께 재판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약 1시간30분동안 이어진 검찰측의 공소사실 설명과 박 전 대통령측 공소사실 부인에 대한 진행 후 최씨 측 요청으로 재판이 10분 정도 휴정됐다.

휴정을 위해 퇴정할 때는 최씨가 먼저 나갔고 박 전 대통령은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이 때도 두 사람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다소 모든걸 내려놓은 표정으로 재판을 이어갔다. 재판부가 묻는 질문에는 담담하면서도 천천히, 정확하게 본인의 의사를 표시했다. 간혹 물을 마시곤 했지만 최씨 측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시선은 여전히 정면에 앉은 검사만 향했다.

반면 최씨는 격양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40년 동안 지켜본 '박 대통령께서' 법정에 나오시게 돼 (제가) 죄가 너무 많은 죄인인 것 같다"며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는 명확하게 밝혔다.

그러나 법정에서 자신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는 최씨를 박 전 대통령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검찰측에서는 한 부장검사와 이 부장검사가 번갈아가며 박 전 대통령의 18개 범죄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을 50분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 변호인 역시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최근 논란이 된 '돈봉투 만찬'을 언급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피고인 박근혜' 또는 '박근혜 피고인'이 아닌 '대통령님께서'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재판부와 검찰이 '피고인'이라고 호명함에도 불구하고 유 변호사는 재판 내내 '대통령님'이라고 호칭하면서 "죄송하다. 아직 습관이 안됐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신 회장이 모두 출석한 첫 공판기일은 3시간1분여만인 오후 1시1분 끝났다. 재판부가 퇴정하자 그제서야 방청석은 팽팽한 긴장감을 내려놓은 듯 술렁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혐의 등 2회 공판기일은 2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다. 이날은 박 전 대통령만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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