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왼쪽)과 김정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는 북한 고위급 대표 명단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포함되면서 북한의 로열패밀리인 이른바 '백두혈통'의 첫 방남이 성사됐다.

김여정은 '실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헌법상 국가수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달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이 남북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일성과 그의 직계 가족으로 내려오는 백두혈통이 남측을 찾은 적은 여지껏 단 한 번도 없다.

1972년 7·4 남북 공동 성명 발표에 앞서 김일성의 남동생인 김영주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를 백두혈통으로 보진 않는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2002년 10월 북한 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 당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앞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약속했었으나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았고 2007년 10월 열린 정상회담에서는 또 다시 우리측이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그렇기에 이번 김여정의 고위급 대표단 포함 소식은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김정은이 한반도 정세 해결의 의지를 강력히 표출하면서 남한과의 협력 가능성을 보다 더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이 자신의 분신에 해당하는 김여정을 내려보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특사'의 역할을 맡겼다는 분석도 있다.

나아가 김여정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진행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김영남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만나게 될 경우 김여정 제1부부장도 동행할 수 있다"며 "김여정의 경우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하고 북미대화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우리측의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여과 없이 전달할 수 있다"고 백두혈통의 첫 방문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에선 김영남 고위급 대표단장을 두고 김여정이 대표단의 활동을 좌우할 실세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아울러 북한으로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만 했던 김여정을 남측으로 내려보내면서 관심과 흥행을 유도하고 그로 인해 남한 내 대북 인식의 변화를 이끄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자체만으로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김정은의 전략이 이전에 비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기 전까지는 대화의 의지를 조금도 드러내지 않다가 핵무력 완성 선포 이후 경제 분야에 초점을 두고 남측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전략 변화라는 의견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최근 들어 김정은식의 정세돌파의 의지를 강력히 보이고 있다"며 "다만 비핵화로의 양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장녀 이방카를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도 김정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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