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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서대문구 소방서에서의 일주일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서대문소방서 아르바이트생 유지원 (사진제공: 서대문 소방서)

나는 1차에서 떨어지고 추가모집에서 운 좋게 붙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케이스다. PPT 실력도 형편없는데다 엑셀은 건드려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소방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 반으로 첫 출근 전 날 잠을 설쳤다. 소방서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일을 수행하고 있었고, 책상에 앉아서 단순 사무작업을 할 줄 알았던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3층에 있는 CPR 체험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모형에 대고 실제로 흉부압박을 실시해 본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하체와 팔이 없는 모형으로 실습했던 고등학교 때와 다르게, 모형이 성인 남자의 외형을 완전히 재현해서 그런지 더 실감이 났다. 심폐소생술 강사이신 엄마에게 몇 번이나 배우며 집에서 베개에 대고 연습했는데도 사람 사이즈의 모형에 손을 대고 흉부 압박을 하자니 처음 하는 것처럼 자세도 어색하고 힘이 많이 들었다. 힘을 어디에 실어야 하는지, 어떤 속도로 압박해야 하는지, 자세는 어떻게 취해야 하는지 소방관님께 직접 배우고 나니 심폐소생술에 자신감이 생겼다. 며칠 전 경기도 내 심 정지 환자의 회복률이 2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CPR 체험실에서 시민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소방서에서 제공하는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교육이 심 정지 환자들의 소생률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CPR 체험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모습 (사진제공: 서재문소방서)

가장 재밌는 일은 역시 어린이 소방안전교육을 보조하는 것이다. 대여섯 살 정도의 아이들이 25명 정도 와서 소방안전 관련 체험을 하는 동안 자리를 이탈하는 아이들이 없는 지 관리하고, 계단을 내려갈 때 넘어지지 않게 손 잡아주고, 소방차에서 안아서 태워주고, 무서워서 울음을 보이면 달래주는 역할이다. 인형극을 진지하게 관람하면서 대답을 열심히 하는 순수한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계단을 내려올 때나 소방차에 타고 싶을 때 두 팔을 나에게 뻗으며 몸을 맡기는 아이들을 안으면 다시 내려주기가 싫을 만큼 너무 너무 귀엽고 예쁘다. 빨리 어린이 안전교육이 또 잡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 매일해도 좋을 것 같다!

점심시간에는 나무그늘에서 다른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수다를 떨고, 책을 빌려다 보기도 한다. 소설부터 처세서, 경제서 까지 다양한 종류의 서적이 구비되어 있어 책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방서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한 이유는 앞서 말한 것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가장 크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아 나를 모르는 분들도 너무나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시고 받아주신다. 행정과의 모든 분들은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시고, 챙겨주시고, 배려해 주신다. 엑셀을 잘 몰라서 끙끙거리고 있으면 와서 도와주시고, 또 맡은 일은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끝내기만 해도 무한한 칭찬을 해주신다. 점심은 대부분 홍보팀원분들과 같이 먹는데, 나는 같이 밥을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 식사시간이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 한 달짜리 알바생을 식구처럼 잘 챙겨주시는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아침 7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게 힘들지 않은 것 같다. 이 글을 빌려 다시 한 번 서대문구 소방서의 모든 분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남은 3주도 열심히 배우고, 경험하고, 행복하게 일하다가 가겠습니다.♥

유지원  skhan98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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