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살충제 계란 전수검사 결과를 발표하던 중 허태웅 식품정책실장을 부르고 있다. 2017.8.18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확산된 먹거리에 대한 불안은 정부의 역할론을 환기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농가, 업체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취약한 농림축산식품부와 산하 기관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먹거리에서는 살충제 계란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부처 이원화-비현실 정책…여전히 악순환

19일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이처럼 전국민적인 재난으로 확산된 배경으로는 우선 생산자와 유통자에 대해 정부가 이원화해 관리한 점이 꼽힌다. 

계란 생산의 안전은 농식품부가 맡고 계란 유통 안전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맡는다. 부처가 나뉘다보니 현장에 적용되는 정책도 촘촘하게 짜이지 못했다. 

정부는 계란 품질 강화를 위해 2011년 식용란 수입판매업 제도를 시행하고 2015년 식용란 수집판매업자의 모든 판매 품목 신고, 냉장 유통 의무화 등 강화안을 도입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식용란선별포장업법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제도는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란 평가다. 

한국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포장업법은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의 검란, 선별, 포장 등 전 과정을 유통인이 책임지라는 '악법'"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100평 이상의 사업장과 선별기 등을 설치하기 위해 수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데 감당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정부의 '선발표-후조사'의 관행도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유럽에서 먼저 시작됐다. 국내로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정기적인 점검에서 살충제 달걀이 발견된 사례가 없다'고 성급하게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산하기관의 한국소비자원이 역할이 동전의 양면이 되고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식품에 대한 자체 조사로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순기능이지만 부처와 국민의 혼란을 부추기는 역기능도 있다. 소비자원과 식약처의 대표적인 엇박는 '가짜 백수오 사태'였다.

또 최근에는 족발의 비위생 실태조사가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예측할 수 없다. 소비자원이 유통 족발과 편육에 대한 성분 검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 제품에서 대장균군과 식중독균이 검출됐다. 이 때문에 국민적인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습이었지만 식약처는 공식적으로 실태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원이 지르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식약처가 뒷수습을 하는 것처럼 보여진다"며 "두 기관이 또 대립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그만큼 낮아지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매장에 진열된 식용계란.2017.8.18

◇형식적 조사로 민간 혼란 더 부추긴 정부

사태가 발생한 후 정부의 대응을 두고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계란농가 1000여곳이 넘고 계란이란 특성상 유통경로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초기 대응이 빨랐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가 국민 혼란을 감안해 전국 농가 전수조사 기간을 3일로 잡았고 범정부 차원 대응 체계가 작동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다. 

우려점 중 대표적인 게 조사 방식이다. 정부가 불시 조사로 신뢰성을 높이기보다 '농가에 미리 알려주고 제공받은 계란'으로 성분을 시험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맥도날드의 식중독균 검출 파동에서도 지적된 부분이다. 이달 초 맥도날드는 소비자원의 실태조사에서 식중독균 검출을 인지하고 조사방식이 부적절했다고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맥도날드는 정부 기관이 시료를 채취할 때 목적을 알린다는 '밀폐처리 채취 원칙'을 소비자원이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시료가 오염될 변수를 줄게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먹는 환경을 전적으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등은 식품 구입 전 매장에 신분을 알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매장 직원은 평소보다 위생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야말로 평소와 다른 조리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밀폐처리 채취 원칙'을 따른 식약처와 지자체는 지난달 초 맥도날드 햄버거 위생 점검 후 '합격' 판정을 내렸다. 맥도날드의 식중독균 검출을 두고서도 사실상 부처간 다른 결과를 내놔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 셈이다.

정부가 민간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못한 점도 살충제 계란 파동의 대응 미숙으로 꼽힌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주요 유통업체는 15일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자 판매 중단을 자발적으로 결정했다. 

하루 뒤 정부가 적합한 계란에 한해 유통을 허용하자 유통업체는 판매를 재개했다. 하지만 정부 조사가 진척되면서 대형마트도 살충제 계란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 교수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확산된 배경 중 하나는 유통업체가 판매 중단을 정부 전수조사 결과 발표(18일) 전 결정한 것"이라며 "소비자 안전이 위한다는 유통업체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결과적으로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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