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익은 햄버거 페티, 대장균 족발, 계란 등 잇따라 먹거리 안전문제가 발생한 가운데 식품 관리제도 전반을 재점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살충제 계란 논란'은 매번 늑장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던 기존보다는 개선된 모습이었지만 직접 달걀을 수거하지 않는 등 여전히 조사 과정에서 많은 허점이 발견됐다. 특히 정부가 일부 식품 인증의 '품질점검'을 민간위탁업체에 위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친환경·해썹 인증 등 정부의 식품 안전 시스템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사태가 커지 뒤 정부가 대대적으로 계란을 관리하고 나섰지만 이미 다수의 소비자들이 살충제 계란을 구매했거나 섭취한 이후다.

이에 학계에서는 현재 난립하고 있는 각 인증제도를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허술한 계란 감시·관리 제도…타 먹거리도 안전 '주의보'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살충제 계란을 전수조사를 시작했을 당시 14일 오후 살충제 달걀 문제를 인지하고도 15일 오후에야 농장의 이름과 달걀 식별번호를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수검사 과정에서도 생산 지역을 잘못 표기하거나 친환경 농가의 비펜트린 관련 지침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샀다. 긴급 상황에 대한 조치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일각에서는 '살충제 계란'의 번호를 조직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 3월에는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거나 조작한 계란 9만판(시가 44억원 상당)을 시중에 불법 유통시킨 21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계란 사태뿐만이 아니다. 현행 식품 안전제도는 각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초점 맞춰져여 있다.

기업들은 자체조사를 통해 제품에서 문제를 발견했을 시 자체회수하거나 폐기하고 있다. 이 경우 지자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안전을 위협할만한 요소가 발견돼도 소비자들이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례로 최근 일부 대형 편의점들은 족발과 감자칩 등 일부 제품을 자체 회수했지만 각 점주들에게 지침만 전달했을뿐 소비자들에게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식품안전 관련 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편의점 판매 김밥에서 '치아 보철물'이 발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고 많은 소비자들이 우려를 표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전국 편의점 매장에서 판매해 온 B커피제품 일부가 급히 회수됐다. 이 역시도 자진회수였는데 기존 제품과 비교했을 때 산미(신맛)이 강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른 영향이었다.

아울러 맥도날드의 덜익은 패티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란을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거나 철퇴를 내릴만한 규제가 미흡한 실정이다.

한 식품제조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 중 대다수는 위탁제조가 많아 유통업체가 일일이 확인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문제가 발견돼도 회수하거나 자체 폐기하는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친환경'도 거짓말?…"정부 인증제도, 처음부터 재점검해야"

최근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소비자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인증 관리시스템이 허술하고 정부의 관리 인원이 적은 상황에서 인증제도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친환경축산 관련 인증제는 법적 근거(친환경농어법 육성 및 유기식품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동물보호법 등)를 두고 각종 친환경축산 관련 인증(지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국내 친환경 계란 생산량은 매년 증가해왔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에 따르면 현행법상으로는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는 어떤 농약도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친환경 인증 농가에 직불금이라는 혜택을 주면서 제대로된 관리는 하지 않았다.

친환경 농가에서 공공연하게 살충제를 써왔음에도 관련부처는 민간인증기관에 심사 전반을 위탁해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살충제 계란이 친환경 계란으로 둔갑해도 몰랐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친환경 인증체계 및 검증 장치가 엉망이었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친환경 인증기관들의 부실한 운영 및 인증 남발행위, 주먹구구식 검증체계 등 허술한 정부의 관리체계 및 '칸막이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친환경인증제도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점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계란 인증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개선해야할 사항으로 꼽힌다. 류경선 전북대학교 축산과 교수는 "살충제 문제는 확대해석을 경계해야하지만 계란은 전체적인 시스템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며 "통합인증제도 등을 도입해서 관리하는 대안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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