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특수교육학과 대학생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특수교사의 법정정원을 이행과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2017.8.26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것은 차별의 문제가 아닙니다. 꿈을 위해 노력한 저마다의 '차이'를 존중해 달라는 의미입니다."

지난 8일 교육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의 후속조치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자 전국 중등예비교사·특수교육과 임용고시 수험생들이 잇달아 집회를 열고 '결사반대'를 외쳤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과 여의도공원 문화공원에서는 각각 전국 특수교육학과 대학생들과 중등임용고시 수험생·임용대기자들이 모여 '기간제 교사 정규직·무기계약직 반대'와 '선발교원 정원확대'를 요구했다.

◇ 특수교육 "법정정원도 미달인데…교사 인원부터 늘려야"

전국특수교육학과대학생연합회와 전국유아특수교육과 학생연대, 전국특수교육과협의회는 이날 오후 1시 결의대회를 열고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 △특수교육교사의 법정정원 이행 및 중장기계획 수립 △ 강사·기간제 교사 무기계약직·정규직화 반대를 촉구했다.

특수교육단체에 따르면 현재 특수교사의 법정정원 확보율은 65.9%에 불과하다. 이는 초등교사(90%)나 중등교사(85%)보다 최대 34%가량 낮은 수치다.

이들은 "특수교사의 정원이 부족하다 보니 특수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장애학생은 과밀학급 상태에 놓였다"며 "교육부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1만3789개 학급 중 14.3%에 해당하는 1968개 학급이 과밀학급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일반학생보다 더 세심한 편의를 받아야 할 장애학생들은 좁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거나 원거리 통학을 해야만 하는 등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특수교사·학교 확대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 지원 강화가 포함됐는지만 정작 이를 논의할 국가교육회의에서는 관련 안건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전국 장애인 250만명 중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가진 장애인은 40%에 육박한다"며 "오늘날 청년실업률이 상당히 높지만 장애인의 실업률은 2배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제도·문화·교육이 일제히 장애인을 철폐하고 있는 나라"라고 규탄했다.

이날 모인 특수교육학과 대학생들은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에도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족한 법정 교원 정원부터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한국교통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교육교사의 법정정원이 한참 미달했는데도 정부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며 "기간제 교사가 무능력하다거나 임용고시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불투명한 채용 관행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역차별"라고 잘라 말했다.

박 교수는 "교육학의 중분류에는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이 있고 별도로 특수교육이 있다"며 "특수교육이 각 교육학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마련된 배경에는 특수교육을 배제하고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등한시하는 문화가 깔려있다"고 비판했다.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대규모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기간제 교사 및 강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교사를 꿈꾸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7.8.26

◇ 임용고시생 "공정한 임용고시로 차별 아닌 '차이' 존중해야"

"기간제교사가 비정규직이라서 사회적 약자라고요? 그럼 우리 임용고시 수험생들은요?"

같은 날 오후 4시30분 전국 중등임용고시 수험생과 임용 대기자가 모인 '전국 중등예비교사들의 외침'도 대규모 연합집회를 열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및 무기계약직화 반대 △신규교사 정원확대를 주장했다.

예비교사들은 "강사 및 기간제 교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공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교원임용체계의 근간을 훼손한다"며 나아가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채용할 수 없도록 정한 법률을 무시한 위법적 처사이자 임용고시를 바라보며 착실히 공부하는 수험생에 대한 무자비한 역차별"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정부와 교육 당국은 정교사 선발정원을 늘려 기간제 교사도 공정한 경쟁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호소했다.

예비교사들은 먼저 '기간제 교사 채용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등교원임용 경쟁시험에서 합격했지만 기약없는 '대기발령' 탓에 기간제 교사 면접을 보고다닌다는 김모씨(28·여)에게 기간제 교사는 '기득권'이다.

김씨는 "기간제 교사 채용 면접을 보러 갔는데 옆 수험자가 면접관과 잘 아는 사이더라"며 "저는 면접에서 탈락했고 그 수험자는 채용됐다. 그분은 임용고시에도 합격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씨 외에도 슬리퍼 차림으로 면접장에 들어와 면접관과 안부를 주고받던 내정자가 채용된 사례, 새로 부임한 교장이 이유 없이 기간제 교사를 내보내고 전 학교에서 아끼던 기간제교사를 채용한 사례 등 기간제 교사의 불투명한 채용과정을 질타하는 사례가 쏟아졌다.

현행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 채용 시 임용 대기자를 우선 채용해야 한다. 임용고시 수험생들은 "현실은 딴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기간제 교사직은 실력과 노력이 아닌 '운과 인맥'으로 채용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차별하거나 적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용고시라는 채용과정이 있고 '노력의 차이'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는 공정성을 잃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예비교사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를 사회적 약자로 보는 인식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5년 넘게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야말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진짜 사회적 약자"라며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없다는 규정에 스스로 서명을 한 기간제교사들이 이제와서 이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것은 '무임승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임기가 끝나고 '계속해서 대통령을 시켜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며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정의롭지 못한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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