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정황과 관련 검찰에 긴급체포된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왼쪽)과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윈회에서는 관련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야당은 특수활동비에 대해 정권을 따지지 말고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정원 내부의 일부 소극적 기류에 대해 지적하고 내부 개혁이 더 대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한 답변에서 "차제에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 총리는 "국정원 TF(태스크포스)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줬으면 좋겠다"며 "국정원 내부에서는 조직 특성이나 해외 정보기관의 관행 등을 내세워 특수활동비를 투명하게 하는데 저항이랄까 경계하는 기류가 있겠으나 제도적으로 (예산 부정사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국정원 내부 개혁도 더 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직원 몇 명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국가 안보의 숭고한 사명을 집행하는 기밀예산이라는 이유로 예산 감사의 실질적인 권한을 국정원장에게만 부여했는데 이러한 믿음을 철저히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수공작사업비는 해외공작, 대공, 대테러, 방첩에 사용해야 할 돈인데 국정원 출신이 아니면 이 비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공작단들의 생명줄, 국가안보를 위한 피값, 무엇보다 국민들이 해외에서 재앙을 당할 때 목숨값이 될 수도 있는 귀중한 자금인데 이 돈을 상납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세훈 원장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국정원이 이렇게 참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국정원이 재기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혁을) 국정원에만 맡기면 안 되고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부, 총리가 제로베이스에서 국회와 협력해 관리 감독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통탄할 일이며 그 돈으로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활동하실 분들을 생각하면 정부가 입이 몇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야당은 과거 민주당 정권 시절로 타깃을 확장하면서 공세의 날을 세웠다.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역대 정권에서 특수활동비를 수사한 적 있냐"고 반문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와 권양숙 여사 계좌로 국정원 돈이 입금됐다는 의혹이 있는데 내 말이 잘못됐으면 반박하라"고 따졌다.

이 의원은 "적폐청산하는데 그 대상을 특정 정권에 한정하지 말고 모든 정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만 제외하고 박근혜, 이명박 정부만 핀셋조사하는 것은 정치보복임을 스스로 자임하는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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