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이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따라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미국 정계에 틸러슨 장관이 돌연 유화적인 분위기와 '대북 대화론'을 덧입힌 모양새다.

이날 틸러슨 장관은 대북 대화론을 강조하면서도 '북핵 폐기·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핵심은 유지했다.

하지만 '중국 북핵 책임론'과 '레짐 체인지(정권교체)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종전에 나온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메시지와 다른 발언을 남겼다.

이는 틸러슨 장관이 기존 강경론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 정책 핵심을 건드리지 않는 대북 온건 발언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높이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틸러슨 "북핵, 中탓 아냐"…트럼프가 낸 균열 봉합

'미국은 중국을 북핵 문제로 탓하지 않는다'는 틸러슨 장관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많은 과거 트윗과 정면 배치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의 핵심을 중국으로 지목하며 주로 트위터를 통해 '중국 때리기'에 열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북한의 ICBM 시험 때도 "중국은 말만 할뿐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공개 비난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북한의 무역 중 90%를 차지하는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협력을 구할 뿐이라며 "미국은 이 상황과 관련해 중국을 탓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중국 때리기가 계속되면서 중국 측 반발이 점점 심해진 최근 상황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북한 분풀이를 중국에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을 지렛대 삼아 대북 압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 정책은 어쩔 수 없이 중국의 자발적인 협조를 필요로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무역 보복 조치를 통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더 강한 압박을 주문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중국이 완전히 등을 돌린다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 추구 안해"…北 대화 테이블 '유인'

틸러슨 장관은 이날 북한 김정은 정권을 전복한다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논의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의견을 달리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북한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고 급속한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38선 이북으로 군대를 보낼 생각도 없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폼페오 CIA 국장은 지난달 21일 아스펜 안보 포럼에서 미국이 김정은을 핵무기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며 김정은 축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 정권 교체 가능성을 일축한 이유는 그 부작용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타당해 보인다.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단 김정은 정권의 존속을 약속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처럼 북한과 중국에 대한 온건 발언을 통해, 중국의 대북 제재 협조를 구하고 북한의 대화 용의를 불러 일으키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은 빗발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 이전까지는 군사력 사용과 더 강력한 대중 압박 조치 등 다양한 강경 발언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더 나아가 미국에 대북 정책을 밀도 있게 추진할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로 이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엇갈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정부 관계자들은 협의를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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