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로 '김정은 정권교체론'까지 거론되던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쳐 의도가 주목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의 적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 그들이 이를 이해하고 그들과 앉아 미래에 대해 대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 정권 교체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북한 정권 교체·붕괴·통일 가속화·38선 이북 진격 등을 하지 않겠다던 미국의 '4노(No)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이 압박만으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판단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대화 이외에 다른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방지하자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서는 북한에 대해 레짐 체인지 전략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왔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주한미군 철수 등이 포함된 의 '미중 사전 합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모두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세컨더리 보이콧 얘기가 나오는데 이 압박으로 중국의 태도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뿐더러 미국 입장에서도 미중 관계 파탄을 원하지 않아 시행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틸러슨 장관은 이날 "북한이 미·중 관계를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 도발 관련 중국을 비난하지 않았다. 이는 이틀 전 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대조를 이뤘다.

틸러슨 장관의 대화 발언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맞선 미국의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북한의 이례적인 잠수함 활동이 지속되는 등 추가 도발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데 추후 북한 도발 상황에서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달 28일 북한의 ICBM급 '화성-14성' 2차 시험발사 이후 최근 며칠간 미국에서 '김정은 정권 교체' '선제공격' 등 대북 강경론이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압박과 회유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전쟁이 일어난다면 장소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될 것이라고 '전쟁'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틸러슨 장관은 다만 "대화 조건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무기로 미국과 역내 국가를 공격하는 능력을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북한 비핵화를 전제해 적극적인 대화 제의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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